구글이 자사의 인공지능 조직 ‘딥마인드’를 통해 가정용 및 산업용 로봇의 지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AI 모델을 공개했다. 로봇이 일을 수행하기 전 스스로 ‘생각’해 행동을 계획하는 능력을 갖추면서, 일상 생활 속 다단계 과제 수행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9월 25일(현지시간), 제미나이 로보틱스 1.5와 제미나이 로보틱스-ER 1.5라는 이름의 두 개의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이 모델들은 로봇이 단순 지시에만 반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를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로봇이 색깔에 따라 빨래를 분류해서 바구니에 나눠 넣거나, 여행 가방을 꾸릴 때 주어진 지시를 넘어 일기예보를 참고해 우산까지 챙기는 모습이 시연을 통해 제시됐다.
이번에 발표된 모델은 지난 3월에 나온 초기 버전 제미나이 로보틱스 1.0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단일 지시를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모델은 연속된 지시와 복합적인 조건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구글 검색 등 외부 도구를 활용해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과제 수행에 반영하는 능력 덕분에, 로봇이 보다 자율적이고 인간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모델은 ‘모션 트랜스퍼’라는 기능을 통해 하나의 로봇이 익힌 동작을 다른 로봇에 전이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는 로봇의 동작 하나하나를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특정 기계에 한정된 환경에서만 작동하도록 훈련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 기술을 통해 로봇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러한 진화된 AI 모델이 동종 분야의 15개 로봇 성능 평가 기준(벤치마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로보틱스 ER 1.5는 개발자를 위한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공개되며, 1.5 모델은 여러 파트너사와 함께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다만, 구글 측은 이러한 기술이 즉시 상용화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로봇이 실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거나 산업 환경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더 정교한 행동 능력과 안전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AI 로보틱스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지만, 실생활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남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인간과 로봇 간의 실질적인 협업 시대를 여는 기술적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