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약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AI 칩 시장의 강자인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4조5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세계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실적과 주가에 강력한 상승 압력을 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9월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전일 대비 2.6% 오른 186.58달러로 마감하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이로 인해 시가총액은 4조5천4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천300조 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생성형 AI 열풍이 가속화되면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고, 그 중심에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구축된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있다.
이러한 수요를 기반으로 미국 데이터센터 전문업체 코어위브(CoreWeave)는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이하 메타)과 총 142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파워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은 2031년 말까지 유효하고, 옵션 행사 시 2032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이 계약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시스템 GB300이 포함되며, 메타는 이를 활용해 자사 AI 모델의 훈련 및 운영 효율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코어위브는 이번 계약이 평소 수익의 70% 이상을 의존하던 주요 고객 마이크로소프트 외에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불과 5일 전에는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와도 최대 65억 달러의 계약을 추가 체결하며, 양 사간 총 계약 규모를 224억 달러까지 확대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이처럼 고객 다변화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타 역시 AI 기술력 강화를 위해 거대 자본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지난 4월 메타는 올해 인공지능 연구와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 규모가 최대 72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연산 능력 확보와 전문 인재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AI 서비스 수요와 연계한 데이터 연산 처리 능력, 즉 '컴퓨팅 파워'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AI 반도체 생태계는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와 맞물려, 향후 수년간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