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인공지능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IBM과 그로크(Groq)는 20일(현지시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공식 발표하며,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에이전틱 AI 시스템 구현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번 협업을 통해 양사는 IBM의 ‘왓슨x 오케스트레이트(watsonx Orchestrate)’와 그로크의 초고속 추론 인프라를 결합해, 실제 업무 환경에 즉시 반응하는 AI 에이전트 실현에 한발 더 다가섰다.

‘에이전틱 AI’는 인간을 대신해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의미한다. IBM은 여기에 걸맞게 자연어 기반의 워크플로우 설계, 다중 에이전트 협업, 정책 기반 거버넌스를 갖춘 ‘왓슨x 오케스트레이트’를 내세웠다. 해당 시스템은 비기술자도 손쉽게 업무 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환경에서의 광범위한 확장성과 감사 가능성을 바탕으로 엔터프라이즈 급 신뢰도를 확보했다.

반면, 그로크는 GPU 중심 AI 추론 생태계에서 벗어나 ‘결정론적 컴퓨팅’으로 속도를 무기로 내세운다. 그로크의 LPU(언어 처리 유닛)는 런타임 스케줄링을 제거한 컴파일러 기반 구조로, 예측 가능한 성능과 밀리초 시간대 응답을 동시에 구현했다. 이와 함께 GroqCloud와 GroqRack 등 인프라 환경이 더해지며 에너지 효율과 운용 편의성에서도 큰 강점을 갖췄다.

그로크의 CEO 조너선 로스(Jonathan Ross)는 “우리는 단순히 하드웨어 기업이 아니라 컴퓨팅의 미래를 다시 쓰고 있는 중”이라며 “추론 속도를 바탕으로 실시간 의사결정과 에이전트 반응성을 확보해야만 진정한 AI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로크는 헬스케어, 금융, 로보틱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실시간 AI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번 협력의 본질은 단순 기술 융합이 아닌 엔터프라이즈 AI에 필요한 세 가지 핵심 축의 통합이다. 바로 ‘거버넌스 기반 오케스트레이션(IBM)’, ‘초고속 추론 아키텍처(그로크)’, 그리고 ‘개방형 하이브리드 인프라(Red Hat 기반)’다. IBM은 이 생태계를 통해 기존 watsonx 스택과 그로크의 하드웨어 자원을 바로 연결함으로써 고객이 복잡한 AI 애플리케이션을 최소한의 코드 변경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IBM의 로브 토머스(Rob Thomas) 부사장은 “우리는 단순한 AI 확산을 넘어, 기업이 대규모로 신뢰할 수 있는 실제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그로크와의 제휴는 고성능 추론과 에이전트 거버넌스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더 중요한 배경은, 이 같은 움직임이 AI 산업이 실험에서 ‘실행’ 단계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모델을 훈련하고 테스트하는 단계를 넘어서, 수천 개의 AI 에이전트가 연동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다. AI 사용이 깊이 규제된 산업군에서도 이 조합은 결정적인 경쟁력을 제공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협업은 단지 성능과 속도만이 아닌, 인공지능을 신뢰할 수 있고 응답 빠른 자산으로 기업에 적재하려는 전략의 결과물이다. IBM과 그로크는 이 접점에서 새로운 컴퓨팅 시대의 ‘기본 단위’를 재정의하고 있다. AI가 진정한 실행력을 갖추기 위해, 이제 관건은 더 이상 ‘훈련’이 아닌 ‘추론’이며, 바로 이 추론을 가능케 하는 결정론적 속도와 체계적인 거버넌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