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가 자체 개발한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LLM) ‘네모트론3’를 공개하며 개방형 인공지능 생태계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동시에, 대규모 AI 서버 작업을 관리할 수 있는 대표 오픈소스 도구도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통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네모트론3는 2025년 12월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모델로, 파라미터 수에 따라 ‘나노’(300억 개), ‘슈퍼’(1천억 개), ‘울트라’(5천억 개) 등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파라미터는 AI 모델의 두뇌 역할을 하는 숫자 지표로, 클수록 일반적으로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나노 모델은 엔비디아가 허깅페이스(Hugging Face) 등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공개한 성능 지표에서 주요 경쟁 모델을 앞섰다. 이 모델은 미국 수학경시대회(AIME25) 문제 해결 과제에서 정답률 99.2%를 기록할 만큼 탁월한 수학적 추론 능력을 보여줬고, 일반 상식과 지식 기반 테스트인 MMLU-Pro 벤치마크에서도 78.3%의 정확도로 오픈AI의 GPT-4o보다 높은 성능을 나타냈다.
이번 공개는 엔비디아가 AI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재 AI 업계는 오픈AI,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폐쇄형 모델 또는 독자적인 AI 칩을 속속 선보이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메타는 사실상 오픈소스 정책에서 한발 물러나고 있으며, 중국의 딥시크 모델은 보안 우려 등으로 인해 글로벌 활용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는 신뢰할 수 있는 개방형 모델로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셈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경쟁력 강화 움직임이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AI 연산 작업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주는 오픈소스 스케줄링 도구인 ‘슬럼(Slurm)’의 개발사인 스케드MD를 인수했다. 슬럼은 현재 전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중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핵심 관리 시스템이며, AI 학습에 필수적인 병렬 작업 분배 기능을 수행한다. 엔비디아는 향후에도 슬럼을 오픈소스로 유지하겠다고 밝혀, 관련 생태계와의 협업 연계를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엔비디아의 움직임을 개방형 생태계를 지렛대 삼아 자사 하드웨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경쟁력을 지키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무료로 제공하는 고성능 AI 모델과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관리 툴을 함께 여는 방식은, 네모트론3와 슬럼을 자사 GPU에 최적화한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고객들이 타사 AI 칩으로 갈아타기 어렵게 만드는 묶음 전략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현재 전 세계 AI 칩 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구글, 오픈AI,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각자의 AI 칩 개발에 나서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단순한 칩 제조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AI 산업이 단순히 알고리즘 성능 경쟁을 넘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체를 통합한 플랫폼 주도권 경쟁의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가 이번에 선보인 ‘개방형 고성능 AI’ 전략이 향후 AI 기술의 민주화와 산업 전반의 경쟁 구조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