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인공지능(AI) 경쟁의 위험을 모델 개발 경쟁보다 칩과 메모리, 전력, 데이터센터 같은 상류 인프라에서 더 크게 보고 있다.
앤드루 퍼거슨(Andrew Ferguson) FTC 의장은 8월 애스펀 포럼 대담에서 대형언어모델 개발사 간 경쟁은 활발하다고 평가하면서도 AI 개발에 필요한 투입재 시장의 경쟁 조건을 핵심 반독점 과제로 꼽았다. 그는 개인용 PC용 메모리 가격 상승을 언급하며 “This is crazy”라고 말했다.
쟁점은 AI 모델을 누가 더 잘 만드느냐에서 AI를 돌릴 칩과 메모리, 전력, 데이터센터를 누가 확보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FTC는 2023년 공식 글에서 생성형 AI가 데이터, 인재, 컴퓨팅 자원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소수 기업이 이런 필수 투입재를 지배하면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AI 반독점 논의는 이미 플랫폼과 데이터, 투자 구조 전반으로 번져 있다. 본지는 앞서 AI·데이터 기업 이사회 구조를 둘러싼 반독점 조사를 전한 바 있다. 이번 발언은 규제 당국의 시선이 서비스와 투자 지배구조를 넘어 물리적 인프라 공급망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6년 6월 생산자물가지수에서 전자부품·액세서리 항목은 전년 동월 대비 27.6% 올랐다. 이 수치는 전자부품 전반을 다룬 지표로, DRAM만 따로 집계한 가격은 아니다.
가격 압력은 AI 서버 시장 보도로도 이어졌다. 포천은 엔비디아($NVDA) AI 칩을 탑재한 서버 가격이 일부 대형 고객에게 15% 넘게 오를 수 있다는 통보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인상분은 2027년 초 출하 시스템부터 적용될 수 있으며, 가격 폭은 칩 세대와 메모리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서버 가격은 AI 가속기와 고대역폭 메모리, 전력 설계, 냉각 구조가 함께 묶여 정해진다. AI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수록 특정 칩과 메모리 공급망의 병목은 클라우드 사업자와 데이터센터 운영자의 비용으로 전가될 수 있다.
한국 기업도 이 논의의 한가운데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는 6월 25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접수됐다. 원고 측은 2022년 이후 3사가 DRAM 공급을 제한하고 HBM 전환과 DDR3·DDR4 축소를 동시에 진행해 가격을 약 700%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이들 3사의 DRAM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다고 적었다. DRAM은 서버와 PC가 작업 중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메모리이고, HBM은 AI 가속기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다. AI 수요가 HBM으로 몰리면 범용 메모리 공급과 가격에도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는 원고 측 주장 단계다. 삼성전자는 중앙데일리에 보낸 입장에서 해당 의혹이 “unfounded”라고 반박했다. SK하이닉스는 소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확인된 것은 민사 소송 제기와 기업들의 반응이다. FTC나 미국 법무부가 DRAM 담합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퍼거슨 의장이 최근 퀀텀 칩 파운드리 거래에서도 상류 공급망 접근 문제를 거론한 점은 FTC의 관심 방향을 보여준다. 그는 7월 31일 아이온큐(IonQ)와 스카이워터(SkyWater) 거래 관련 성명에서 경쟁사가 필요한 파운드리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는 단기 경쟁 위험을 제기했다.
해당 건은 조기 종료됐고 일반 메모리 시장 직접 조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이 AI와 차세대 컴퓨팅 산업에서 핵심 투입재 접근성을 경쟁 조건의 일부로 보려 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다만 칩 가격 상승이 비트코인(BTC) 채굴 비용이나 관련 종목 가격에 미칠 영향은 별도 데이터가 필요하다.
민사 소송은 법원 절차를 거쳐 원고 주장과 피고 반박이 다뤄질 예정이다. FTC의 AI 인프라 경쟁 문제 제기도 향후 구체 사건이나 정책 문서에서 적용 범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