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이 기업용 AI API 지출에서 61%를 차지하며 오픈AI(OpenAI)를 앞섰다. 다만 기업 유료 채택률에서는 오픈AI가 앤트로픽을 추격하는 별도 지표도 함께 나와, 기업 AI 시장을 단일 점유율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버셀(Vercel)은 2026년 6월 기준 ‘AI 게이트웨이 프로덕션 인덱스’에서 앤트로픽이 게이트웨이 지출의 61%, 토큰 사용량의 3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오픈AI는 지출 16.1%, 토큰 사용량 10.3%였다. 버셀은 실제 운영 환경에서 오간 수십조 개 토큰을 익명·집계 방식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일부 보도 제목에 쓰인 ‘앤트로픽 60%대, 오픈AI 35% 안팎’이라는 구도와는 다르다. 버셀 지출 점유율에서 오픈AI는 10%대였고, 35% 안팎에 가까운 수치는 램프(Ramp)의 기업 유료 채택률에서 나온다.
테크크런치는 2026년 7월 기준 램프 데이터에서 앤트로픽이 43.5%, 오픈AI가 39.7%였다고 보도했다. 램프는 법인카드와 청구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 기업이 어느 AI 서비스에 돈을 냈는지를 집계한다.
두 지표는 서로 다른 시장 단면을 본다. 버셀 자료는 AI 게이트웨이를 통과한 운영 트래픽의 시장가 기준 지출과 토큰량을 본다. 램프 자료는 기업이 특정 AI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했는지를 따진다.
따라서 앤트로픽이 운영 트래픽 지출에서 앞선다는 말과 오픈AI가 기업 고객 채택률에서 따라붙고 있다는 말은 동시에 성립한다. 기업용 AI 시장에서는 매출성 지출, 사용량, 고객 채택률을 나눠 봐야 흐름이 드러난다는 의미다.
멘로벤처스(Menlo Ventures)도 기업 시장에서 앤트로픽의 약진을 제시했다. 멘로벤처스는 2025년 ‘기업 생성형 AI 현황’ 보고서에서 앤트로픽의 기업 LLM 지출 비중을 40%, 오픈AI를 27%로 추정했다. 같은 보고서는 코딩 영역에서 앤트로픽 54%, 오픈AI 21%라는 수치도 냈다.
멘로벤처스의 2025년 중간 보고서에서는 사용량 기준 앤트로픽 32%, 오픈AI 25%가 제시됐다. 이 수치는 지출이 아니라 사용량 기준이어서 버셀의 지출 점유율, 램프의 유료 채택률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가격표도 지출 점유율 해석에 영향을 준다. 앤트로픽 공개 가격표에서 오퍼스 4.1은 입력 100만 토큰당 15달러(약 2만원), 출력 100만 토큰당 75달러(약 10만원)다. 오퍼스 4.5는 입력 5달러(약 6875원), 출력 25달러(약 3만원)이고, 소넷 4.5는 입력 3달러(약 4125원), 출력 15달러(약 2만원)다.
오픈AI 개발자 문서에서 지피티-5.6 솔(GPT-5.6 Sol)은 입력 100만 토큰당 4달러(약 5500원), 출력 100만 토큰당 20달러(약 3만원)로 제시됐다. 모델별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같은 토큰량을 처리해도 지출 점유율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버셀은 고위험 업무가 프런티어 모델에 남고, 대량 업무는 저가 모델로 이동한다고 분석했다. 2026년 6월 버셀 게이트웨이에서 오픈웨이트 모델은 토큰의 29%를 처리했지만 지출 비중은 4% 미만이었다.
같은 자료에서 앤트로픽은 코딩 에이전트, 백오피스 에이전트, 앱 생성 같은 고위험 업무 지출의 72% 이상을 가져갔다. 고가 모델이 모든 사용량을 장악했다기보다, 실패 비용이 큰 업무에서 더 높은 지출을 만든 구조로 풀이된다.
기업용 AI API는 통상 한 공급자에 모든 호출을 맡기기보다 업무 성격에 따라 모델을 나눠 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응답 품질, 지연시간, 토큰 비용, 데이터 보관 조건이 호출 경로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버셀의 ‘State of AI’ 설문은 개발팀이 평균 2개 공급자를 함께 쓰고, 65%가 6개월 안에 공급자를 바꿨다고 밝혔다. 기업 AI 예산이 특정 모델이나 공급사에 장기간 고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은 본지의 앞선 램프 지표 보도에서도 제기됐다.
국내 기업에도 같은 문제가 이어진다. AI API를 서비스에 붙이는 기업은 모델 성능만이 아니라 호출 단가와 장애 대응, 데이터 처리 조건을 함께 따져야 한다. 특히 코딩, 고객 응대, 내부 문서 처리처럼 업무별 요구 수준이 다른 영역에서는 복수 모델 운용이 비용 관리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기업용 AI 시장은 한 업체가 모든 업무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굳지 않았다. 버셀의 2026년 6월 운영 트래픽과 램프의 2026년 7월 기업 결제 지표는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고위험 업무는 고가 프런티어 모델에, 대량 업무는 저가·오픈웨이트 모델에 배분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