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 수주가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발주를 타고 올해 상반기 116조원을 넘어섰다. 주택 경기 회복을 기다리던 건설업에서 비주택 공사가 먼저 수주 규모를 끌어올린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116조7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 늘었다. 상반기 누계로는 2022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집계됐다.
증가분의 중심에는 주택보다 공장·창고, 데이터센터 같은 비주거 건축이 놓였다. 공장·창고 수주는 상반기 18조2000억원으로 제시됐다. 주요 발주 지역은 경기 용인과 평택으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와 연결된 공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보고서에서 “주택시장의 온전한 회복을 기다리던 시점에 비주택 부문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시작됐다”며 “건설업이 뜻밖의 호황기를 맞이했다”고 밝혔다. 이는 건설 수주와 실적 흐름에 대한 업종 분석으로, 개별 종목의 가격 방향을 뜻하는 문장은 아니다.
반도체 공장은 토목·건축 공사뿐 아니라 전력, 설비, 배관, 클린룸 등 후속 공정을 동반한다. 생산능력 확대가 결정되면 장기간에 걸친 공사 물량이 생기고, 완공 전까지는 건설 중인 자산과 설비투자 흐름에도 반영된다.
이 흐름은 삼성전자의 건설 중인 자산이 늘었다는 본지 보도와도 맞닿아 있다. 당시 보도에서는 반도체 설비 투자가 유형자산에 쌓이고, 완공 뒤 감가상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다뤄졌다.
정부의 AI 데이터센터 계획도 건설 수주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 포함된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에는 SK, GS, 네이버가 참여하는 1단계 8.4GW 규모 사업이 담겼다.
계획에는 울산 1GW, 동해 2.4GW, 세종 1GW 등이 포함됐다.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로 확대하는 구상도 함께 나왔다.
아시아경제는 송 연구원이 1MW당 시공비 100억원을 적용해 18.4GW의 예상 건설 수주 규모를 180조~190조원으로 추산했다고 전했다. 국내 주택 수주 약 2년치에 해당하는 규모라는 설명도 붙었다.
다만 실제 수주액은 착공 일정, 인허가, 전력·용수 확보, 민간 투자 집행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과 냉각 설비가 필요한 만큼 부지와 송전망 확보가 사업 속도를 가르는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주택 부문도 완전히 꺾인 흐름은 아니다. 공공 신규주택 수주는 상반기 5조원으로 전년 대비 62% 늘었고, 민간 신규주택 수주는 14조8000억원으로 6% 증가했다.
정부가 8월 13일 내놓은 주택 신속 공급 방안에는 수도권 23만가구 이상 추가 공급과 공공택지 지구 지정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 단축 방안이 담겼다. 주택 공급 정책은 공공 발주와 민간 분양 일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외 플랜트에서는 대우건설(047040)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이 확인됐다. 대우건설은 8월 4일 파푸아뉴기니 LNG 중앙가스처리시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8월 7일 모잠비크 로부마 LNG 1단계 프로젝트의 설계·구매·시공 낙찰의향서를 접수했다고도 밝혔다.
건설업종 주가는 이미 큰 폭의 변동을 겪었다. 아시아경제는 건설업종 지수가 올해 들어 61.6% 올라 코스피 상승률 58.9%를 웃돌았고, 5월 초 고점 이후 7월 말까지 47% 조정을 받은 뒤 최근 한 달 반등했다고 보도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3배로 제시됐다.
송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건설 업종 의견을 ‘비중확대’로 유지하고, 투자 포인트로 원전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LNG를 꼽았다.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삼성물산(028260), 한미글로벌(053690), 자이에스앤디(317400) 등이 보고서에 언급됐다. 개별 종목의 주가 흐름은 수주 확정 여부와 실적 반영 시점에 따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급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투자 확대는 건설 수주에서도 별도 경로를 만들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의 직접 수급과 건설사의 수주 흐름은 같은 사건은 아니지만, 공장·데이터센터 투자라는 공통 변수를 공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