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핀테크 기업 피겨 테크놀로지 솔루션스가 2025년 기업공개(IPO)를 겨냥하며 전통 금융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재편하겠다는 이 회사의 행보는, 암호화폐 업계와 전통 금융의 경계를 허물려는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피겨는 최근 SEC에 주식 공개를 위한 사전 등록서를 비공개 제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신청은 SEC의 비공개 상장 규정(Confidential Submission)을 활용한 것으로, 시장 상황과 SEC 검토 과정이 마무리되는 등 조건이 충족되면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가 이뤄질 전망이다. 발행 주식 수 및 공모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블록체인 기업들의 IPO 움직임은 최근 들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디지털 자산 산업이 전통 투자자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피겨처럼 상장을 노리는 회사들에겐 자본 조달과 시장 신뢰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안겨준다. 실제로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가 주도하는 전략적 주식 발행방식은 암호화폐 기업들에게 하나의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2018년 설립된 피겨는 자체 개발한 퍼블릭 지분증명(PoS) 블록체인인 프로비넌스 블록체인을 통해 대출, 실물자산 토큰화(RWA) 등 금융 서비스 전반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다. 데이터 통제권 문제 해결을 목표로 설계된 이 플랫폼은 금융 특화 퍼블릭망으로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 중이다.
피겨는 2024년 3월, 자회사 '피겨 마켓츠' 출범을 위해 6,000만 달러(약 834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후 온체인 대출 및 증권 거래 규모가 300억 달러(약 4조 1,700억 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피겨 마켓츠는 암호화폐와 토큰화 주식, 기타 증권을 동시에 취급하는 일명 '모든 것을 위한 거래소(everything exchange)' 구현을 목표로 한다.
암호화폐 IPO 열기에는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한 성공 사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USDC 발행사 서클(Circle)은 2024년 6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IPO 규모를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4,595억 원) 이상으로 확대했고, 상장 직후 기업가치는 69억 달러(약 9조 5,910억 원)로 평가됐다. 서클의 성공은 2025년을 기점으로 '크립토 IPO 시즌'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피겨의 IPO 여부와 후속 기업 사례는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전반에 어느 정도로 깊숙이 뿌리내릴지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의 시선이 점차 ‘블록체인 기반 금융의 제도권 안착’ 가능성에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