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이 현실자산(RWA) 토큰화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기관의 온체인 채택이 가속화되며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사실상 글로벌 자산 거래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한 선점이 철옹성처럼 굳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뱅크리스(Bankless)의 공동창업자 라이언 숀 애덤스(Ryan Sean Adams)는 “현실자산 시장에서 이더리움의 경쟁자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이더리움은 온체인 RWA 총가치의 57%를 장악하고 있으며, L2와 이더리움 가상 머신(EVM) 기반 체인을 포함할 경우 이 비중은 95%까지 치솟는다.
시장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RWA 가치 합계는 사상 최고치인 약 285억 달러(약 39조 6,150억 원)에 이르며, 이더리움 위에 발행된 스테이블코인 공급량도 1,600억 달러(약 222조 4,000억 원)를 돌파했다. 안정적인 유동성은 더 많은 자본과 기관을 유입시키며, 이더리움 중심의 네트워크 효과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현실자산 토큰화의 핵심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애덤스는 “현실자산의 90%는 스테이블코인”이라 강조하며 "스테이블코인을 장악한 플랫폼이 결국 RWA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Stripe Tempo, Circle Arc, Plasma Tether 등 차세대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는 모두 EVM 기반에서 개발되고 있다.
구체적 수치를 보면 이더리움 상에는 약 52억 달러(약 7조 2,280억 원) 어치의 토큰화된 미국 국채가 존재하며, 이는 전체 토큰화 국채의 70%다. EVM 기반 체인을 포함할 경우 이 점유율은 86%로 증가한다. 블랙록, 위즈덤트리, 오도파이낸스 같은 주요 발행기관이 모두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우세에 힘을 보탠다.
금과 같은 실물자산도 예외는 아니다. 이더리움에는 24억 달러(약 3조 3,360억 원)에 달하는 토큰화된 금이 등록돼 있으며, 올해 들어 공급량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더리움은 토큰화 원자재 시장에서도 약 7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폴리곤(MATIC) 네트워크 등 L2를 포함하면 그 수치는 97%에 달한다.
이 외에도 로빈후드, 이토로, 코인베이스 등 주요 서비스들이 이더리움 L2 상에서 토큰화 증권을 상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 확대에 중요한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블랙록의 USD 디지털 펀드(BUIDL)와 피델리티의 FDIT 토큰형 국채 펀드 역시 모두 이더리움 위에서 운영 중이다.
이처럼 이더리움이 전통 금융과 디지털금융의 교차점에서 중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그 기반 자산인 이더리움(ETH)의 추가 성장 가능성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애덤스는 “이더리움이 세계 원장(Global Ledger)으로 자리잡는 것은 예정된 일”이라며 “비트코인(BTC)보다 낮은 발행량, 금보다 강한 검열 저항성을 고려하면 ETH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이들 자산을 추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5개월간 현명한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들은 ETH 총 공급량의 약 4%를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기관들이 이더리움의 장기적인 역할 확대를 확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반 투자자들의 단기 매도와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미래의 금융 구조가 이더리움 위에 구축되는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가운데, 이제 이더리움의 RWA 해자(Moat)는 거의 손대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