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에너지 솔루션 기업 비보파워(VivoPower)가 리플(Ripple)과의 협업에 있어 XRP 대신 스테이블코인 RLUSD를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XRP 생태계 중심의 전략적 전환을 선언했음에도 자회사에선 XRP가 아닌 RLUSD를 우선 도입하며 현실적인 선택지를 택했다.
비보파워는 9일 자사의 전기차(EV) 자회사인 템보 e-LV(Tembo e-LV)가 Ripple이 발행한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RLUSD를 결제 수단으로 수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RLUSD는 1달러 가치에 연동되어 있으며, 단기 미국 국채 및 현금성 자산으로 100% 뒷받침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발행된 지 1년이 채 안 된 이 자산은 빠른 정산 속도와 낮은 수수료, 그리고 환율 변동 위험이 없다는 점에서 국제 금융 실무에 큰 이점을 제공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템보 측은 RLUSD 도입에 대해 “전통적인 해외 송금 방식의 높은 수수료와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용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RLUSD를 활용하면 글로벌 고객 및 파트너와의 거래 과정에서 느린 전신환 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금융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손쉽게 결제를 받을 수 있다.
템보가 XRP를 배제한 배경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었으나, 시장에선 XRP의 가격 변동성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RLUSD는 미 달러에 연동돼 가치를 고정하지만, XRP는 시장 상황에 따라 급격한 변동을 겪을 수 있어 기업 재무 전략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격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요구되는 기업 재무 환경에서는 RLUSD가 더 적절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선택에도 불구하고 비보파워는 여전히 XRP 생태계 확장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비보파워는 XRP 자산을 확보하고 이를 자산화하는 데 3,000만 달러(약 417억 원)를 투입했으며, 장기적으로는 2억 달러(약 2,780억 원)까지 확대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해당 투자에는 디파이 전문 플랫폼 도플러와의 협업도 포함돼 있으며, 이를 통해 XRP 기반 수익형 프로그램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RLUSD 도입은 기업이 실무에서는 스테이블한 자산을 우선시하면서도, 전략적 자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는 고위험 고수익 구조를 병행한다는 이중 트랙 전략을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향후 RLUSD와 XRP 간 선택 구조가 리플 파트너 기업들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분화·정착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