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결제 표준 x402…잘못 낸 돈 돌려받을 절차는 없다
비자·마스터카드 등이 운영에 참여한 x402는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표준 분쟁 절차를 두지 않고 있다. AI 에이전트의 오결제 피해를 구제하려면 기계가 처리할 수 있는 이의 제기·환불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 에이전트가 온라인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결제 기반이 갖춰지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대금을 지불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고 돈을 돌려받을 표준 절차는 아직 없다.
10월 28일 코인데스크 보고서 'AI 에이전트의 잘못된 결제, 그 후폭풍(What happens when an AI agent pays for the wrong thing)'에 따르면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AI 에이전트의 온라인 결제 표준을 관리하는 x402 재단의 최상위 운영 등급인 프리미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리눅스 재단이 지난 7월 출범시킨 이 재단의 프리미어 회원사는 17곳이다. 세 카드사는 표준 분쟁 처리 절차가 없는 결제 표준의 운영에 함께 참여하게 됐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온체인에서 확정되면 연락할 카드 발급사도 없고 카드망에 결제 취소를 요청할 수도 없다.
카드 결제가 쌓아온 신뢰…x402는 분쟁 절차 제외
마스터카드는 재단 출범 당시 인터넷 기반 결제에도 오늘날 전자상거래와 같은 수준의 보안과 신뢰 및 상호운용성을 갖춘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카드 결제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장치는 50년 넘게 작동해 왔다. 미국에서는 1974년 공정신용청구법이 통과되면서 신용카드 청구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법으로 보장됐다. 이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모르는 판매자에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주문한 물건이 도착하지 않으면 은행에 연락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x402 프로토콜은 의도적으로 이런 절차를 제외했다. 그 선택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결제를 수백 밀리초 안에 확정하고 비용도 1센트보다 훨씬 낮출 수 있어 기계가 대규모로 소액 결제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가 2025년 5월 프로토콜을 공개했을 당시에는 이용이 드물었다. 당시로서는 속도와 비용을 위해 분쟁 절차를 제외하는 선택이 타당했다.
더 중요한 차이도 있다. 카드업계가 구축한 모든 보호 장치는 사람이 이상을 알아차리고 이의를 제기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반면 x402에서는 구매자가 소프트웨어인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하듯 명세서를 읽고 문제를 발견하지 않는다.
결제 검증부터 정산까지…실제 운영에서 드러난 빈틈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과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7월 실제 운영 중인 x402 시스템을 대상으로 첫 체계적 보안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결제를 검증하고 온체인으로 전송하는 중개 서비스인 퍼실리테이터 15곳을 시험했다. 모든 서비스가 연구진이 정한 안전 규칙 8개 중 적어도 하나를 위반했다. 2025년 말 베이스에서는 정산 시도의 약 2%가 실패해 되돌려졌으며 건수로는 약 190만 건에 달했다.
코인베이스가 판매자용으로 제공하는 공식 참조 구현 도구 7개에도 공통적인 문제가 있었다. 결제가 최종 정산되지 못했을 때 서버가 이미 수행한 작업을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이 가운데 플라스크 도구는 0.2.1 버전까지 결제 증명 검증을 마치면 정산 확정 전에 상품을 제공했다. 이후 정산에 실패하면 판매자는 상품을 넘기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다.
초기 인프라에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결제와 상품 제공 및 정산 상태가 서로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그 반대 상황도 중요해진다. 결제는 정상적으로 확정됐지만 에이전트가 받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잘못됐거나 불완전하거나 쓸모없는 경우다.
송금 증명 넘어 거래 이행 판단할 구제 체계 필요
x402는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카드 결제망도 지원한다. 카드로 결제하면 기존 보호 장치가 유지된다. 다만 관측된 x402 거래의 97%는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최종 확정되는 베이스와 솔라나에서 이뤄진다. 이런 문제는 x402 자체를 반대할 근거라기보다 결제 확정과 거래의 완결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블록체인은 돈이 이동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가 정확했는지와 서비스가 제공됐는지 또는 거래 양측이 약속을 지켰는지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카드 결제망은 50여 년에 걸쳐 분쟁 처리의 여러 문제에 답을 마련했다. 그 답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따랐다. 손실은 누가 떠안을지와 서비스 제공 여부는 누가 판단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구매자가 언제까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와 어떤 자료를 증거로 인정할지도 필요하다. 건당 0.1센트 수준의 결제에서는 이런 판단에 변호사가 개입할 수 없다. 대부분은 사람의 개입조차 어려운 비용 구조다.
현재 AI 에이전트의 결제 규모는 아직 작아 한 달 동안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재단 최상위 운영 등급에 참여한 기업들은 분쟁 처리 절차에 드는 비용과 그 효용에 관한 전 세계의 축적된 지식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관건은 손실이 커져 대응을 강요받기 전에 기계 환경에 맞는 대체 체계를 구축하느냐다. 지난 몇 년간 돈을 프로그램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이제는 피해 구제 절차도 프로그램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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