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이 자체 디지털 자산인 가칭 'CME 코인(CME Coin)'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델리티의 스테이블코인 출시에 이어 CME까지 블록체인 인프라 도입을 시사하면서, 월스트리트의 '금융 인프라 토큰화' 경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테리 더피(Terry Duffy) CME 그룹 회장 겸 CEO는 4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가치 이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만의 '코인'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 투기 아닌 '효율성'의 도구
테리 더피 CEO의 발언은 CME가 암호화폐를 단순한 거래 상품(Product)이 아닌, 금융 시스템을 구동하는 핵심 인프라(Infrastructure)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양의 담보(Collateral)를 이동시키고 있다"며 "이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즉, 'CME 코인'의 주 목적은 비트코인처럼 가격 변동성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금 납부나 자산 정산(Settlement) 과정을 블록체인 위에서 즉각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24/7 유동성 공급: 기존 금융 시스템은 주말이나 공휴일에 멈추지만, 파생상품 시장의 리스크는 24시간 발생한다. 자체 코인을 도입하면 주말에도 즉각적인 증거금 충당과 정산이 가능해져 시스템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비용 절감: 중개 기관을 거치는 복잡한 청산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단축시켜 거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보수적인 CME의 '깜짝' 변화
업계는 이번 CME의 행보를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테리 더피 CEO는 그동안 암호화폐, 특히 FTX 사태 당시 규제 없는 거래소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우리는 기술 기업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며 자체 코인 발행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이제 전통 금융권에서 거부할 수 없는 '표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더피 CEO는 다만 "규제 당국(CFTC 등)의 승인이 최우선"이라며 "모든 것은 적법한 절차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여 신중함은 잃지 않았다.
월가의 '자체 코인' 러시... 왜 지금인가?
최근 피델리티의 'FIDD' 출시와 CME의 'CME 코인' 검토는 궤를 같이한다. 2026년 들어 전통 금융사들이 앞다퉈 자체 토큰을 내놓는 이유는 명확하다.
규제 불확실성 해소: '지니어스 법' 등 주요 암호화폐 관련 법안들이 정비되면서 제도권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RWA(실물자산 토큰화) 시장 개화: 국채, 부동산, 주식 등이 토큰화되는 추세 속에서, 이를 거래하고 결제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가 필요해졌다. 테더(USDT)나 서클(USDC) 같은 민간 기업보다는 CME나 피델리티 같은 대형 금융사의 코인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망: '금융의 혈관'이 바뀐다
CME가 실제로 코인을 발행할 경우, 이는 파생상품 시장의 '혈관'을 교체하는 대수술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 기관 투자자들은 달러 대신 'CME 코인'을 이용해 수조 원 규모의 선물을 거래하고 정산하게 될 수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CME의 참여는 블록체인이 '투기판'에서 '금융 고속도로'로 진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Nasdaq) 등 다른 거대 거래소들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