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부문과 전통 금융시스템 간 연계성이 높아짐에 따라, 발생 가능한 파급 위험에 대비해 포괄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동일행위, 동일위험, 동일규제의 관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 간 규제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국과 규제의 속도와 강도 측면에서 보조를 맞출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암호자산시장 모니터링, 정보 수집 및 감시·감독 측면에서 정부, 중앙은행 등 관련 당국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운용함으로써 규제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테라·루나, FTX 파산 등 전통 금융시장과 유사한 취약성 드러나
지난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 테라·루나의 급락과 함께 암호자산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헤지펀드 3AC 및 암호자산거래소 FTX 파산 등이 발생하면서 전통 금융시장과 유사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테라USD와 루나의 급락은 가격 안정 메커니즘의 실패와 지속적인 신규 자본 투입에 의존하는 지속 불가능한 영업모델에 기인했다.
셀시우스는 자산·부채 만기불일치와 유동성 리스크 관리 실패로 파산했다. 싱가포르 소재 헤지펀드 3AC는 암호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낙관적 기대를 바탕으로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해 비트코인 투자신탁에 투자했다가 파산했다.
암호자산거래소 FTX는 관계사와의 불투명한 내부거래 수행과 고객예탁금 전용 등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뢰도 하락 및 이에 따른 자금 인출로 파산했다.
이러한 취약성이 암호자산 부문의 투명성 및 공시 결여 및 부적절한 지배구조, 불충분한 투자자 보호, 위험관리 부실 등으로 증폭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암호자산 및 탈중앙화금융 플랫폼 생태계에서 발생한 취약성이 과거 전통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취약성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암호자산 부문과 핵심 금융시장 및 금융기관 간 연계성이 높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파급위험에 지속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도 지적했다.
◇ 암호자산 거래소 불공정 거래 가능성...지갑사업자 외부감사·관련 정보 공개 안해
국내에는 2022년말 기준 총 36개 가상자산사업자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한 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전체 사업자 중 암호자산거래소 27개이며, 암호자산 지갑 및 보관사업자(기타 가상자산사업자)는 9개 이다.

정부가 지난 2017년 가상자산 공개(ICO)를 전면 금지함에 따라 국내에서 가상자산의 발행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 등 일부 사업자가 싱가포르 등 국외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암호자산을 발행하고 있다.
현행 사업구조 및 규제에 비추어 볼 때 국내 암호자산거래소에서 FTX 파산 사례와 같은 취약성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5대 거래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관계사의 유무와 그 내용, 관계사와의 채권·채무 등 금융거래 관계 등을 공시하고 있다.
‘특정금융 정보법’에 따라 고객 예탁금은 거래소 자산과 분리해 보관해야 하며 고객이 예탁한 암호자산은 별도 보관하거나 암호자산 지갑 보안 관련 내부 규정 등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아울러 국내 거래소는 법적으로 자체 발행 코인의 자기 거래소 상장이 불가능하다.
‘특정 금융 정보법시행령’은 가상자산사업자 또는 사업자의 특수 관계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경우 해당 가상자산사업자가 매매, 교환, 중개, 알선 또는 대행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FTX가 자체 발행 코인인 FTT를 FTX의 핵심 암호자산으로 지원하고, 계열사인 알라메다를 동원해 가격을 조작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은 국내에서 발생하기 어렵다.
하지만 증권거래소와 달리 암호자산 거래소에 암호자산의 중개, 상장, 결제, 예탁 등 모든 기능이 집중돼 있어 불공정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암호자산 지갑사업자의 경우 예탁 받은 암호자산 관리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아 관련 취약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암호자산거래소와 달리 지갑사업자는 수탁받은 암호자산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거나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암호자산 수탁업의 규모가 아직 크지 않은 데다 주요 고객이 암호자산 업체인 점을 고려하면 부정적 사건 발생 시 일반 고객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암호자산 수탁업은 국내 금융기관이 지분투자,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암호자산시장 진출의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향후 암호자산시장과 기존 금융부문 간 접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중앙화금융 플랫폼 사업자의 예치 서비스는 지난해 5월 실패로 끝난 테라·루나 의 대출 프로토콜이나 셀시우스의 경우와 같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암호자산 결제서비스의 경우 이용자와 사업자가 가격 변동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이용자 보호 및 서비스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이용자가 코인을 이용해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한 후 사업자 프로토콜이 코인을 매각하기 전까지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은 사업자가 부담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 토큰증권, 고위험 비우량자산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
토큰증권(STO)은 자산의 거래단위 분할과 이전이 용이해 다양한 소액투자 수요를 충족시키고 비정형적 권리의 유통성을 제고하는 장점이 있다.
국내 토큰 증권 시장은 주로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의 유동화를 중심으로 한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 형성되고 있다.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화한 권리의 내용이 증권에 해당하는 경우이므로 증권 관련 규제가 적용된다.
따라서 현재는 일부 토큰 증권이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상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한시적으로 규제 특례가 적용된 상태로 시범 발행·유통되고 있다.
토큰 증권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규율 대상이기 때문에 규제가 미비한 상태에서 발행된 여타 암호자산에 비해 투자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 취약성이 크지 않다.
특히, 토큰증권은 암호자산과의 교환이 불가능하므로 여타 암호자산 시장과의 연계성도 낮다.
따라서 토큰증권의 발행 및 유통이 암호자산시장 및 기존금융시스템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고위험 비우량자산 유통 등과 관련한 잠재리스크 관점에서 토큰 증권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