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기관의 비트코인(BTC) 보유량이 924%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와 온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글래스노드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앙화된 기관들이 전체 유통량의 31%에 달하는 610만 BTC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치는 약 930조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수치는 비트코인이 전통 금융권에서도 ‘전략적 자산’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기관 보유량 중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재 ETF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총 139만 개로 약 2,085억 원 규모다. 이 중 블랙록($BLK)의 iShares 비트코인 트러스트가 66만여 개를 보유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고, 피델리티와 그레이스케일의 ETF들도 각각 19만 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움직임이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장기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공기업들의 비트코인 매집도 지속되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는 현재 58만 2,000 BTC를 보유 중이며, 마라톤 디지털($MARA), 라이엇 플랫폼($RIOT) 등도 수만 개의 보유량을 기록했다. 이들의 전체 보유량은 약 76만 BTC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1,143조 원에 달한다. 많은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헤지와 자산 다변화를 위한 전략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는 대부분 압수나 단속을 통해 확보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총 52만 9,705개(약 734조 원)이며, 이 중 미국이 20만 7,000개로 가장 많고, 중국(19만 4,000개), 영국(6만 1,000개)이 뒤를 잇는다.
중앙화 거래소들은 약 250만 BTC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이 물량이 일반 사용자들의 예치 자산이라며, 거래소 자체의 보유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이들 거래소가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중요한 커스터디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비상장 민간 기업들도 45만 7,870 BTC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 634조 원 규모다. 블록원의 14만 개, 테더의 10만 개, 자포은행과 트웬티원 캐피털 등의 보유량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공기업에 비해 보유 분포가 더 넓어, 이 시장이 보다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비트코인의 ‘기관화’가 이뤄졌다는 데 주목한다. 비트코인 가격 자체도 기관 참여와 함께 급등하며 동일 기간 약 1,000달러 대에서 10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 이상으로 뛰었다. 최근 1년간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은 60%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아직까지 비트코인이 높은 변동성을 가진 ‘위험 자산’이라는 점에서 기관화가 안정성 확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관련 규제, 사이버 보안, 유동성 위험 등 복합적인 변수들이 여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명확해진 지금, 그 다음 장은 ‘안정성과 신뢰’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그런 전환점에서 비트코인의 현재 위치를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이자, 미래 전략 수립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