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자산운용사 VMS 그룹이 디지털 자산 영역으로의 첫 걸음을 내딛는다. 총 운용자산 40억 달러(약 5조 5,600억 원)를 관리하는 이 회사는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과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최대 1,000만 달러(약 139억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런던 기반 디파이(DeFi) 헤지펀드인 Re7 캐피탈을 통해 실행될 예정이며, 홍콩의 친(親)암호화폐 정책이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VMS 그룹의 매니징 파트너 이튼 청(Eton Cheung)은 “시장 수요 증가와 함께 주요 국가들의 규제가 명확해지면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디지털 자산에 대한 기관의 신뢰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직 투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충분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VMS는 그간 사모펀드 중심의 장기 투자 전략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비유동성 자산의 엑시트(Exit) 구조에 반복적으로 한계를 느껴 왔고, 이 같은 리스크 헷지를 위해 디지털 자산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디파이 중심의 암호화폐 전략은 유동성과 수익률을 동시에 겨냥하며, VMS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정책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투자를 맡게 될 Re7 캐피탈은 시장 중립형 전략과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춘 운용사로, 기관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리스크 성향에 맞는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VMS가 해당 운용사를 선택한 것은 이 같은 리스크 관리 모델이 본인들의 투자 철학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홍콩은 최근 몇 년간 암호화폐 규제에 있어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논의,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일반 투자자 대상 암호화폐 상품 접근성 확대 등 포용적 규제를 잇달아 선보이며 글로벌 자금 유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졌고, VMS 같은 대형 투자사들의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결국 VMS 그룹의 이번 결정은 아시아 금융 허브로 다시 도약 중인 홍콩의 위상과 디지털 자산 분야로 확장되는 전통 자산운용사의 진화 흐름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1,000만 달러(약 139억 원)에 이르는 이 투자는 아시아 상류 자산가 중심의 암호화폐 수용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