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대출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셀시우스(Celsius)와 블록파이(BlockFi)의 파산으로 얼룩졌던 암호화폐 대출 산업이 다시 한 번 신뢰 회복에 나선 것이다. 주요 대출 플랫폼들은 한층 엄격한 리스크 관리와 규제를 앞세워, 파산 사태의 악몽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직전 시장 사이클에서 붕괴한 대다수의 비트코인 대출 기업들은 이용자 예치를 담보 없이 대출로 전환하는 무리수를 뒀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고 시장의 유동성이 말라붙자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고객 자산이 동결되거나 전액 손실로 이어졌다. 셀시우스와 블록파이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암호화폐 담보 대출 모델 자체의 결함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인마켓캡의 리서치 총괄 앨리스 리우는 인터뷰에서 “문제는 구조가 아닌 리스크 관리의 실패였다”며 “일부 플랫폼은 현재 초과담보와 강제 청산 기준을 강화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우는 투명성이 향상되고 제3자 솔루션을 통한 자산 수탁이 병행된다면, 셀시우스 같은 폐쇄적인 운영 구조보다 훨씬 낮은 카운터파티 리스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등장하는 대출 약정서에서는 재사용 금지 원칙(no rehypothecation)과 낮은 담보인정비율(LTV) 등을 명시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 특성상, 비트코인 가격이 갑작스럽게 급등락할 경우 이러한 모델도 외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대출 산업의 한계로 지적된다.
결국 비트코인 대출 산업은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균형을 시험받고 있다. 더욱 강화된 기준과 투명성을 통해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이 신뢰를 회복할지 여부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재선 국면 등 암호화폐 정책 환경 변화와 맞물려 업계 재도약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