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추진 중이던 핵심 암호화폐 입법안이 자칫 무산될 뻔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크립토 주간(Crypto Week)’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공화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반란으로 법안 상정 자체가 무산되자, 트럼프는 이들을 직접 만나 지지를 이끌어냈다.
7월 15일(현지시간), 미 하원은 디지털자산 명확화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GENIUS법, 반-CBDC 감시국가법(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 등 암호화폐 관련 3개 주요 법안을 본회의에 회부하기 위한 절차적 표결을 진행했지만, 196대 223으로 부결되었다. 공화당 내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 소속 강경 보수 성향 의원 12명이 민주당과 손잡고 내부 반란을 일으킨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들이 문제 삼은 핵심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조항이었다. 특히 GENIUS법이 연방준비제도(Fed)에 디지털 지갑이나 개인 계좌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실제로 법안 제4조 C항에는 연준이 CBDC 범위에 해당하는 서비스 제공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행동에 나섰다. Truth Social을 통해 사전 지지선언을 한 데 이어, 반란에 가담한 의원들 중 11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디지털 자산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려면 이번 법안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지를 설득했고, 참석 의원 전원이 다음날 표결에서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7월 17일로 예정된 재표결에서 가결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트럼프는 “GENIUS법 통과에 필요한 의원들과 내가 지금 오벌 오피스에 있다. 짧은 대화 끝에 이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GENIUS법은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100% 담보 및 감사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같이 상정된 디지털자산 명확화법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역할을 구분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반-CBDC 감시국가법은 디지털 달러 도입과 관련한 연준의 권한을 명시적으로 차단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이번 사안은 미 의회 내 암호화폐 규제 패권을 둘러싼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 관련 주요 사안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견지하며, 정치적 자산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여전히 해당 법안들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 트럼프의 암호화폐 업계 관련 이해충돌 가능성 등을 문제 삼아 일부 법안의 내용을 수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실제로 민주당 측에서는 지난달 트럼프의 암호화폐 자산 보유 및 기업 기부와 관련한 이해상충 이슈를 제기하며 법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 크립토 주간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17일 하원 재표결 결과에 달려 있지만,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 의회의 디지털 자산 정책 기조에 분명한 전환점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