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4천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받던 업체 대표를 법정에서 흉기로 습격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5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3부(황진구 지영난 권혁중 부장판사)는 23일 살인미수, 법정소동 혐의로 기소된 강모(51)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는 범죄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중한 형을 피할 수 없고, 이 사건 범행 내용 자체가 매우 잔혹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공개된 법정에서 재판 진행 중에 이뤄져서 법원의 재판기능을 저해하고 공적인 공간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야기한 행위에 해당해서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 때문에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생각한 사정이 있더라도 피해자의 형사 책임을 다투는 재판이 진행 중이었고, 설령 피해자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적 제재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했다.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강씨 측 주장도 "미리 흉기를 준비해서 무방비 상태인 피해자의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찌른 범행이라 어떤 기준에 의하더라도 살인의 범의를 부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씨는 지난해 8월 28일 서울남부지법 법정에서 방청 도중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받던 가상자산예치서비스업체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모씨의 목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2020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가상자산 예치금을 운용해 원금을 보장하고 업계 최고 수익을 지급할 것처럼 강씨 등 고객들을 속여 1조4천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 중이었다. 이씨 등 하루인베스트 경영진은 지난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씨는 범행 이틀 뒤 구속됐고,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