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30만 개에 이르는 XRP이 복수 청산되며 일시적으로 시장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액으로는 약 449만 7,000달러(약 62억 5,000만 원)에 이르는 대규모 청산이 탈중앙화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에서 일어났지만, 정작 거래는 완전히 종료되지 않아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주인공은 익명의 '고래'로 추정되는 지갑이다. 해당 지갑은 무려 20배 레버리지를 활용해 약 5억 9,300만 개의 XRP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포지션 규모는 약 1,900만 달러(약 264억 1,000만 원)에 달한다. 진입가는 3.21달러였지만, 가격이 3.18달러 아래로 하락하며 부분 청산이 일어났다.
하지만 일반 트레이더와 달리 이 고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어진 몇 분간 해당 지갑은 반복적으로 포지션을 추가하며 평균 진입가를 유지한 채 받으려는 태세를 보였다.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한때 140만 개 이상의 XRP를 추가 매수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단순한 포기나 손절이 아닌 철저한 전략 하에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이퍼리퀴드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시장의 한 시간 청산 규모는 약 4,580만 달러(약 636억 3,000만 원)에 달했는데, 이 중 XRP 관련 롱 포지션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숏 포지션의 청산 규모는 고작 2만 9,660달러(약 4,123만 원)였을 뿐이다. 이는 현재 시장이 롱 포지션 위주로 과도하게 밀집되어 있음을 암시하며, 추가 변동성 리스크를 경고하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현재 이 고래 포지션의 청산 기준가는 약 3.108달러로 추정된다. XRP 가격이 이 수준까지 밀릴 경우 전체 포지션이 강제 청산될 수 있다. 이번 거래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약 10만 달러 이상(약 1억 3,900만 원)에 수수료 2만 9,000달러(약 4,031만 원)를 더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트레이더는 포지션을 철회하지 않고 오히려 규모를 확장하며 시장과의 전면전을 택한 모습이다.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투기라 보기 어렵다. 소위 '리테일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역이용한 반전 전략일 가능성도 있으며, 아니면 단순히 반등에 대한 베팅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현재 이 거래는 극단적 고위험 구간에 놓여 있고, 더는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가격이 조금만 더 하락해도 그 결과는 전면 청산이라는 대가로 되돌아올 수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XRP 고래의 대담한 포지션 유지 전략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시장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