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지갑 서비스 ‘사무라이 월렛(Samourai Wallet)’의 공동 설립자들이 미국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자금 송금 사업을 운영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 이번 합의로 자금세탁 관련 혐의는 철회됐지만, 이들은 최장 5년의 징역형과 함께 약 3,296억 원 규모의 자산 몰수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 뉴욕 남부지법은 7월 30일(현지시간) 피고인 중 한 명인 키언 로드리게스(Keonne Rodriguez)에게 재판장 직접 증언을 요구했고, 그는 자신이 범죄 자금 세탁에 사용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의 고의성이 입증됐다며 최대한의 형량을 요청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사법 당국은 형량이 법정 최형인 5년을 넘지 않을 경우 항소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 공동 창립자인 로드리게스와 윌리엄 론너건 힐(William Lonergan Hill)은 총 20억 달러(약 2조 7,800억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BTC) 변환 서비스를 감독했으며, 이 중 약 1억 달러(약 1,390억 원)는 다크웹 시장 등 불법 활동과 직접 연결돼 있었다. 사무라이 월렛은 대표적인 비트코인 프라이버시 지갑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앱은 1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된 상태였고, 익명성 기능을 기반으로 자금 믹싱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번 유죄 인정은 18 U.S.C. § 1960 조항에 근거한 ‘무허가 송금 사업 음모’ 혐의에만 해당되며, 그에 따른 형량은 최대 60개월이다. 당초 공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가중처벌로 최대 210개월 형이 예고됐던 상황이었지만, 피고인 측은 법적 장기전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이번 합의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디파이교육기금(DeFi Education Fund)의 아만다 투미넬리(Amanda Tuminelli) 최고법률책임자는 “이번 합의는 법적 패소를 인정한 게 아니라, 리스크 관리 차원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법무부가 비수탁형 지갑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공공의 자금을 송금했다’는 이유로 기소하는 것은 법 해석을 오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무라이 월렛 관련 수사는 미국 국세청(IRS), 연방수사국(FBI), 유로폴 및 아이슬란드·포르투갈 당국까지 공동으로 참여해 올해 4월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안드로이드 앱을 구글 플레이에서 삭제 조치하는 등의 강도 높은 조치로 이어진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암호화폐 프라이버시 툴 개발자에 대한 사법 리스크 확대를 상징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향후 오픈소스 지갑 개발자와 법 집행 당국 간 해석 충돌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