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스톰(Roman Storm)의 재판이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 이더리움(ETH) 기반 프라이버시 프로토콜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의 공동 개발자인 스톰은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돼 배심원 재판을 받고 있으나, 배심원단이 일부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평결 불능’을 선언했다.
지난 8월 6일 뉴욕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캐서린 폴크 파일라 판사는 배심원단이 일부 혐의에 대해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는 쪽지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상황에 대해 판사는 부분 평결 가능성을 언급하며 모든 사안에 대한 만장일치를 기다리는 대신 일부 쟁점에 한해 결정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스톰 측 변호인 브라이언 클라인은 배심원단의 교착상태를 인정하고, 각 기소 항목마다 ‘유죄’, ‘무죄’ 또는 ‘결론 없음’으로 기록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합의가 이뤄진 사안에 대해서만 평결을 먼저 내리고 나머지는 계속 심의하자고 주장했다. 파일라 판사는 배심원단에 최대한 결론에 도달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가능하면 일부 평결이라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재판은 단순한 형사 사건 그 이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스톰이 자금세탁에 이용된 시스템을 개발했기 때문에 직접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스톰은 참여 의도가 없었음을 주장하고 있으며, 커뮤니티에선 그가 단순히 ‘코드를 작성했을 뿐’이라는 방어 논리로 대응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공개적으로 스톰을 지지하며 약 2,360만 원(약 1만 7,000달러)을 기부한 바 있다. 또한 규제 감시 비정부기구인 디파이 에듀케이션 펀드(DeFi Education Fund) 또한 이번 판결이 미칠 법적 선례를 우려하며 재정적, 법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이 사건이 개발자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당국의 현재 입장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추후 어떤 개발자든 자신이 작성한 코드의 타인 사용에 대해서도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불확실성과 기술 위축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추가 평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배심원단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토네이도 캐시 재판은 암호화폐 생태계와 법제도의 균형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떠올랐다. 이번 결정은 향후 미국 내 오픈소스 개발자 보호 및 규제 방식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