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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BTC) 상장지수펀드(ETF)가 수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유출을 기록한 가운데, 이더리움(ETH) ETF는 기관의 매수세가 뒷받침되며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상승세가 둔화한 비트코인과는 대조적으로, 이더리움은 강한 매수 주체의 유입 덕분에 ETF 시장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모습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스폿 비트코인 ETF에서는 약 11억 8,000만 달러(약 1조 6,442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 ETF에서도 약 9억 1,800만 달러(약 1조 2,759억 원)가 유출됐지만, 그 흐름은 8월 20일 이후 진정세를 보였다. 실제로 이더리움은 8월 24일 사상 최고가인 4,940달러(약 686만 원)를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ETF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자금 이탈은 8월 15일부터 22일까지 무려 6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이는 직전까지 7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하며 강세 분위기를 형성했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당시 비트코인은 12만 4,000달러(약 1억 7,236만 원)를 돌파하며 최고점을 찍었으나 이후 1만 5,000달러(약 2,085만 원) 넘게 하락했다.
이 같은 약세 전환은 잭슨홀 심포지엄이라는 변수와 맞물렸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줄였고, 이로 인해 비트코인은 8월 말 10만 9,000달러(약 1억 5,151만 원) 아래로 급락했다. 회의 이후 시장이 다소 완화적인 전망을 반영했지만, 비트코인의 상승 동력은 회복되지 못했다.
반면, 이더리움은 기관 중심의 집중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하방 안정성을 확보했다. 특히 이더리움 국고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의 지속적인 매입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ETH 매도 물량을 상당 부분 흡수하며 ETF 시장 안정화에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주목할 기업으로는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가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단기간에 8억 달러(약 1조 1,120억 원) 규모의 이더리움을 매입하며 비트코인을 주력으로 보유하던 마라 홀딩스를 제치고 업계 2위 디지털 자산 국고 보유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는 이더리움이 기관 유동성 시장에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비트파이넥스는 “매년 8~9월 기관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위험자산 ETF에서는 순유입 속도가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단기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여름철 시즌성 흐름까지 반영되며 당분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조정 구간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