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인플루언서들, 수천만 원 광고료 받고 '유료 표기' 안 해…시장 신뢰 흔든다

암호화폐 인플루언서들이 투명성과 관련된 법적 기준을 무시한 채 수천만 원대의 광고료를 챙긴 사례가 폭로돼 업계 전반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블록체인 추적 조사로 유명한 잭엑스비티(ZachXBT)가 직접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단 한 건의 게시물로 최대 60,000달러(약 8,340만 원)까지 받은 반면, 광고임을 밝힌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잭엑스비티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스프레드시트에는 인플루언서들이 게시글 1건당 수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를 받는 등급별 가격표가 담겨 있었다. 상위권 계정을 운영하는 '@atitty_'는 단순 경품 게시글 하나로 60,000달러(약 8,340만 원)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추적한 160건 이상의 거래 중 광고임을 명확히 밝힌 계정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는 해당 행위가 대부분의 관할권에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소재 OTC 네트워크 공동 창업자인 에릭은 “암호화폐 업계에선 #광고 해시태그 하나조차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같은 행위를 기만행위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이와 관련된 반복적 문제도 드러났다. 가명 연구가 'dethective'는 특정 계정이 동일한 프로젝트로부터 이중으로 광고료를 받은 정황을 공개하면서, 이들이 실제 트레이딩보다 내부 정보를 활용한 광고 수입에 의존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유료 홍보 자체는 죄가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핵심 문제는 노출 없이 이뤄진 광고활동이라는 데 있다. 한 유저는 “광고료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공개해야 업계 신뢰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과거 유명 암호화폐 인플루언서가 소셜 미디어 지표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계정을 폐쇄한 일도 있다.

이번 폭로로 암호화폐 시장 내 ‘자연스러운 커뮤니티 열기’로 포장된 콘텐츠들이 실상은 사전에 기획된 ‘지불형 서사’였다는 판단도 나온다. 한 분석가는 “이제는 탈중앙 커뮤니티 기반 홍보조차 환상에 불과하다”며 “사전 가격표가 붙은 신념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대해 몇몇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들이 믿는 프로젝트만 광고했다고 항변하지만,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광고에 대한 사전 disclosure 없이 이뤄지는 활동은 윤리적 문제를 넘은 시장왜곡 행위로 보고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지난해 밈코인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승인 없이 광고하는 경우 형사처벌 가능성도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사례가 규제 당국의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며, 인플루언서와 프로젝트 모두에게 법적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