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의 소각량이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그간 희망적으로 평가됐던 ‘희소성 기반 가치 상승’ 시나리오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네트워크 활동성과 장기적인 공급 구조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플의 거래 수수료는 소액이긴 하지만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일정량의 XRP를 영구적으로 소각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최근 이 소각량이 급감하며, 핵심 지표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월 21일 기준 XRP 전체 네트워크에서 하루 동안 소각된 물량은 단 163개로 집계됐다. 이는 7~8월 중 일시적으로 활동이 반등했던 시기보다도 눈에 띄게 줄어든 수치다.
반면, 이더리움(ETH)은 EIP-1559를 통한 프로토콜 차원의 자동 소각 메커니즘을 도입했고, 시바이누(SHIB)는 커뮤니티 중심의 소각 캠페인을 운영 중이다. 이에 비해 리플은 별도의 자발적 또는 코드 기반 소각방식이 존재하지 않아, 현재와 같은 거래량 저조 상황에서는 공급량 축소가 실질적으로 정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XRP의 발행량은 대략 600억 개 수준으로, 여전히 막대한 유통량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추가 소각이 없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희소성이 강화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트상 흐름도 부정적이다. 현재 XRP는 하락 채널 내에서 고전 중이며, 주요 지지선인 2.99달러(약 4,151원)와 2.83달러(약 3,934원)를 위협받고 있다. 해당 구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추가 하락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네트워크 내 실질적 활용도와 소각 메커니즘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가격 상승 요인이 공급 축소가 아닌 외부의 제도적 채택이나 투자수요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결국 리플의 희소성 기반 토크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은 새롭게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XRP 가격 상승을 기대해온 투자자 입장에서는, 토크노믹스보다는 오히려 기관 채택 확대나 실제 결제 내 유틸리티 증대 같은 실사용 사례 확보가 더 핵심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