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암호화폐가 새로운 정치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AI와 크립토 산업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 의사결정 과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고자 E.J. 디온은 선거 시스템이 이미 심각하게 왜곡된 상태라며 “앞으로는 후보자 옆에 ‘AI 후원’ 또는 ‘크립토 후원’이라는 표시를 붙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금력 있는 이해집단이 정책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오랜 문제였지만 최근 들어 그 강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AI와 암호화폐 산업이 핵심 정책 논의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디온은 “이들 산업은 규제 초기 단계에 있으며 백악관의 우호적 환경까지 더해져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들은 정책 테이블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그 테이블 자체를 장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사례도 제시됐다. 2024년 오하이오 선거에서 암호화폐 업계는 규제 강화를 주장했던 셰로드 브라운 상원의원을 겨냥해 약 4000만달러 규모 광고를 집행했다. 결과적으로 브라운은 낙선했고 암호화폐 산업의 정치적 영향력은 강하게 각인됐다.
디온은 “대형 자금은 단순히 선거 결과를 바꾸는 것을 넘어 반대 세력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막대한 자금 투입 자체가 정치인들에게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일리노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암호화폐 관련 단체들은 약 1000만달러를 투입해 특정 후보를 지원했지만 결과는 엇갈렸다. 셀리나 스튜어트 여성유권자연맹 대표는 “이 상황은 건강한 민주주의라기보다 스트레스 테스트에 가깝다”며 “간신히 통과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문제는 광고의 불투명성이다. 일부 이해집단은 자신들의 정책 목표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기업 후원 후보를 ‘기득권에 맞서는 인물’로 포장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자금 구조 자체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민주주의21의 프레드 워트하이머 대표는 “정부 정책에 직접 이해관계를 가진 자금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법적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기업과 단체의 정치자금 지출 제한을 완화하는 판결을 내리며 자금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2024년 연방 선거에서는 약 300명의 억만장자와 가족이 전체 정치자금의 19%에 해당하는 30억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온은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권력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역설을 가진다”고 지적하며 정치자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투명한 공시와 소액 기부 매칭 제도 확대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I와 크립토 산업을 둘러싼 정책 논쟁은 자금력이 아닌 공공의 이익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며 “정치가 특정 산업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