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통합’ 단계로 접어들면서 한국 역시 기관 자본 유입을 앞둔 전환점에 서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비트코인(BTC) 현물 ETF를 계기로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캐서린 첸 바이낸스 기관 부문 총괄은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토크노미 코리아 2026’ 기조연설에서 “이제 시장의 질문은 ‘가상자산이 가치가 있는가’가 아니라 ‘기존 금융 시스템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 금융과 맞물리며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 ETF 이후 ‘기관화’ 가속
첸 총괄은 기관화의 핵심 계기로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주도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지목했다. 해당 상품 출시 이후 비트코인(BTC)이 제도권 자산군으로 편입되는 계기가 마련됐고, 기관투자자의 투자심의 과정에서도 가상자산 배분이 주요 안건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ETF는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규제 틀 안에서 투자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했다”며 “이후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대형 자금이 시장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기관 중심의 자금 유입은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RWA), 온체인 결제 등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시장, 거래 규모 대비 ‘기관 진입 전 초기 단계’
한국 시장의 잠재력도 강조됐다. 첸 총괄은 “한국은 인구 규모 대비 글로벌 현물 거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독특한 시장”이라며 2025년 기준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약 6630억달러로 달러 다음인 세계 2위를 기록한 점을 언급했다.
다만 현재 구조는 개인 투자자 중심에 가깝고, 기관 참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그는 “규제 명확성이 확보되면 한국은 기관 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권의 움직임도 이러한 변화의 전조로 해석된다. 은행권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증권사들은 수탁,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등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 전 ‘선제 준비’가 글로벌 공통 전략
첸 총괄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규제가 완전히 정비되기 전에 내부 시스템과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미리 구축한다”며 선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기관 자금 유입의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설명이다.
바이낸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한국 시장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향후 법인 및 기관 참여 확대에 대비해 컴플라이언스 체계와 유동성 인프라를 제공하고, 한국 전담 조직을 통해 은행·증권사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온체인 유동성과 전통 금융 수탁 구조를 결합한 ‘트라이파티’ 모델도 주요 대안으로 제시된다.
시장에서는 바이낸스의 이런 접근이 단순 거래소 확장이 아닌,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규제 불확실성이 큰 한국 시장에서 ‘기관화’와 ‘컴플라이언스’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결국 이번 발언은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 중심 투기 시장에서 기관 중심의 ‘금융 인프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거래 규모에 걸맞은 제도 정비가 이뤄질 경우, 글로벌 기관 자금이 유입되는 핵심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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