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인공지능이 투자자 대신 가상화폐를 사고팔고 결제까지 처리하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디지털 자산 시장에 이른바 ‘에이전트형 금융’이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코인베이스는 11일(현지시간) 가상화폐 매매와 대금 결제 같은 업무를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수행하도록 하는 ‘코인베이스 포 에이전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챗지피티나 클로드 같은 외부 인공지능 모델과 연동해 작동한다. 이용자는 복잡한 거래 화면을 직접 조작하는 대신 자연어로 주문을 내리면 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솔라나의 비중을 일정 비율로 다시 맞추거나, 가격 조정 구간에서 나눠 사들이라는 식의 지시를 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해석해 실제 거래를 집행하는 구조다.
이 같은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가상화폐 시장의 거래 특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처럼 장이 열리고 닫히는 구조가 아니라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자가 늘 실시간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코인베이스는 이런 점을 겨냥해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사용자가 자리를 비운 시간에도 시장 흐름을 지켜보며 자산 운용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무제한 자동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투자자는 최대 거래 규모나 지출 한도 같은 규칙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 별도의 에이전트 전용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력 계좌와 분리하는 방식도 가능해, 자동화에 따른 위험을 일정 부분 통제하도록 설계했다.
이번 서비스에는 코인베이스가 자체 개발한 기계 간 결제 프로토콜 ‘엑스402’도 함께 적용됐다. 이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주문만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유료 연구자료나 데이터 서비스를 스스로 결제해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하려는 장치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필요한 분석 데이터를 직접 읽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거래 판단까지 내리는 구조를 염두에 둔 것이다. 금융 거래의 자동화가 주문 실행 단계에서 정보 탐색과 결제 단계까지 확장되는 셈이다.
코인베이스는 이번 개편을 통해 사람이 직접 앱을 누르고 주문을 입력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이 하나의 경제 주체처럼 움직이는 금융 환경을 열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출발점은 가상화폐지만, 앞으로는 주식과 펀드, 예측시장, 원자재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투자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알고리즘 판단 오류나 책임 소재, 규제 공백 같은 새로운 과제를 함께 키울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디지털 자산 시장을 넘어 전통 금융권의 자동화 경쟁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