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이 규제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위험의 본질은 상품이 아닌 ‘거래소 설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가 없는 파생상품으로, 높은 레버리지와 개인 투자자 중심 거래 구조 때문에 시장 불안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2025년 10월 급격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사태처럼 가격 급락이 연쇄 청산으로 번진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의 본질은 상품 구조가 아니라 ‘청산 메커니즘’에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충격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되는 과정은 대체로 강제 청산에서 시작된다. 가격 하락 → 강제 청산 → 추가 하락의 구조가 반복되며 다른 거래소로까지 파급된다. 이때 핵심 변수는 ‘거래소의 설계 방식’이다.
“문제는 상품이 아닌 거래소 구조”
전문가들은 무기한 선물 자체보다 레버리지 한도, 증거금 요건, 가격 산정 방식(인덱스), 그리고 손실 처리 구조가 리스크를 좌우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조작 가능한 가격 지표로 청산이 발생하거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수익 포지션을 강제로 축소하는 ‘자동 탈레버리지(ADL)’ 구조는 시장 충격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전통 금융에서도 동일하다. 규제 시장에서는 고객 자산 분리, 중앙청산소 등록, 감독기관 감시 등 기본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 ‘부도 처리 방식’은 거래소마다 다를 수 있으며, 이 차이가 시스템 안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불리시 익스체인지의 크리스 타이러(Chris Tyrer) 사장과 트램 도만(Tram Doman)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거래소(DCM) 및 청산기관(DCO)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이들은 “핵심은 무기한 선물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떤 구조 위에서 운영되느냐”라고 강조한다.
기관 투자자는 왜 무기한 선물을 외면하나
또 다른 쟁점은 기관 수요다.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은 무기한 선물을 ‘투기적 상품’으로 인식하며 선물 대체재로 보지 않는다. 만기 구조가 없어 금리 차익을 활용하기 어렵고, ‘펀딩비’가 변동적이어서 가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이는 사실에 가깝다. 무기한 선물은 전통 선물처럼 만기 구조(term structure)를 활용한 헤지에는 적합하지 않다. 실물 인도나 장기 가격 예측이 필요한 투자자에게는 한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활용된다. 옵션 거래를 하는 기관들은 무기한 선물을 ‘델타 헤지(가격 변동 노출 관리)’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유동성은 ‘개인 투자자’가 만든다
무기한 선물 시장의 깊은 유동성은 개인 투자자에서 비롯된다. 만기가 없고, 롤오버가 필요 없으며,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구조가 개인 자금을 끌어들였고, 그 결과 해당 시장은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는 파생상품 시장이 됐다.
기관 입장에서는 구조적 완벽함보다 ‘즉시 체결 가능한 유동성’이 더 중요하다. 실제 리스크 관리에서는 이론보다 실행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하나로 수렴된다. 개인 투자자가 만든 유동성을 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그 기반이 되는 거래소가 얼마나 안정적인 손실 처리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청산 구조가 시장을 살린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차이는 손실 처리 방식에서 드러난다.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는 보험 기금이 부족할 경우, 수익을 내고 있는 반대 포지션을 강제로 줄여 손실을 메우는 방식을 택한다. 이는 시장 왜곡을 키우고 추가 하락을 유발한다.
반면 중앙청산 방식에서는 손실이 ‘문제의 계정’에서 시작된다. 해당 계좌의 증거금과 기여금이 먼저 소진되고, 이후 포지션은 시장에서 정리되거나 경매 방식으로 다른 참여자에게 이전된다. 그 뒤에는 사전에 조성된 보증기금이 손실을 흡수하며, 광범위한 손실 전가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발생한다.
이 구조는 연쇄 청산의 고리를 끊는다. 하나의 계좌 실패가 시장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결국 무기한 선물 논쟁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상품이 위험한가’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거래소는 어떻게 대응하는가’다.
이 기준을 충족한다면 무기한 선물은 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된다. 반대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규제 여부와 관계없이 시스템 리스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 시장 해석
무기한 선물의 시스템 리스크 논쟁은 상품 자체보다 거래소 설계 문제로 수렴됨 거래소의 청산 방식, 가격 지표, 레버리지 정책이 시장 충격의 확산 여부를 결정 연쇄 청산(청산 폭포)은 구조적 설계 실패에서 발생하며, 거래소 간 전염 가능성 존재
💡 전략 포인트
기관은 무기한 선물을 투기 수단이 아닌 유동성 기반 ‘실행 도구’로 활용 완벽한 구조보다 즉시 체결 가능한 깊은 유동성이 실제 거래에서 더 중요 안정적인 청산 및 손실 분담 구조를 갖춘 거래소 선택이 핵심 리스크 관리 전략
📘 용어정리
무기한 선물: 만기 없이 지속 보유 가능한 레버리지 파생상품 펀딩비: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비용 자동 디레버리징(ADL):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반대 포지션을 강제로 축소하는 시스템 청산 폭포: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시장 가격을 급락시키는 현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