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수료 무료 경쟁이 거래대금은 키웠지만 고객 기반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빗과 코인원의 거래대금은 무료화 직후 각각 188.6%, 85.8% 늘었으나 증가분 상당 부분이 스테이블코인에 집중됐다.
연합뉴스는 코인게코와 타이거리서치 집계를 토대로 코빗과 코인원의 수수료 면제 이후 거래대금 변화를 보도했다. 코빗은 8월 24일부터 9월 3일까지 11일간 총거래대금이 9924만 달러(약 1340억원)로, 직전 11일 3438만 달러(약 464억원)보다 188.6% 늘었다.
코인원도 거래 규모가 커졌다. 코인원은 8월 26일부터 9월 3일까지 9일간 총거래대금이 4억2363만 달러(약 5720억원)로, 직전 9일 2억2791만 달러(약 3077억원)보다 85.8% 증가했다.
거래대금 증가의 성격은 스테이블코인 비중에서 갈렸다. 타이거리서치 집계에서 코빗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비중은 수수료 무료화 이전 11일 평균 46.9%에서 이후 11일 평균 71.2%로 뛰었다.
무료화 첫날부터 5일 연속 스테이블코인 비중은 90%를 넘었다. 8월 24일 95.8%, 25일 91.1%, 26일 93.9%, 27일 96.7%, 28일 93.1%로 집계됐다.
코인원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무료화 전날 스테이블코인 비중은 51.8%였지만 무료화 직후 63.3%, 다음 날 68.0%로 올라섰고, 무료화 이후 9월 3일까지 9일 평균은 53.4%였다.
최근 약 3주간인 8월 12일부터 9월 3일까지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거래대금의 절반을 넘은 곳은 코빗과 코인원뿐이었다. 코빗은 총거래대금 1조5200억원 중 스테이블코인이 1조3100억원으로 86.0%를 차지했다.
코인원은 같은 기간 전체 거래대금 2조3200억원 중 스테이블코인이 1조2600억원으로 54.4%였다. 업비트는 10.7%, 빗썸은 14.0%, 고팍스는 23.8%로 집계됐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국내 원화마켓에서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다른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수요보다 해외 거래소나 지갑으로 이동하기 위한 환전,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노린 차익거래 수요가 중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시세와 격차가 0.1% 미만으로 극히 촘촘해 평소에는 차익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수수료가 0%가 되는 순간 0.01% 수준의 미세한 가격 차이만으로도 수익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수수료 면제가 일반 투자자의 신규 유입보다 자동화 거래의 유인을 키웠다는 해석이다.
윤 센터장은 “수수료 부담이 사라진 알고리즘 봇들이 24시간 집중적으로 대량의 왕복 차익거래에 나서면서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수수료 무료 정책은 공식 안내와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코인원은 바우처 안내에서 8월 26일 오전 11시 이후 바우처 발급 시 거래 수수료가 0%로 적용된다고 공지했고, 뉴스핌은 코인원이 같은 시각부터 모든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무료화한다고 보도했다.
비즈워치는 코빗이 2027년 8월 24일까지 1년간 수수료 무료 정책을 적용한다고 전했다. 거래 수수료가 거래소의 주요 매출원인 만큼 무료 정책은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수익성 부담도 함께 만든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유동성에 상관없이 거래소별 가격 차이가 작아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은행 계좌를 만들기 쉬운 곳이나 유동성이 많은 곳이 높은 점유율을 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화 입출금 편의성과 시장 유동성이 거래소 선택의 핵심 조건이라는 의미다.
윤 센터장도 “수수료 면제로 유입된 자금은 혜택을 찾아 움직이는 단기 유동성”이라며 “수수료가 거래소의 핵심 매출원인 만큼 무료 정책을 영구화할 수는 없어 이벤트가 종료되면 기존 시장 구조로 회귀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치만으로 수수료 무료 정책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경쟁 구도를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