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프로젝트의 토큰 자사매입 규모가 올해 약 6억4000만달러(약 8608억원)로 늘었다. 자사 토큰을 사들여 유통량을 줄이는 방식이 확산했지만, 매입만으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나 가격 상승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인텔레그래프 매거진은 4일 올해 토큰 자사매입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2024년 자사매입 규모는 36만6000달러(약 4억9000만원)에 그쳤다. 올해 지출의 약 90%는 하이퍼리퀴드와 펌프펀 두 프로젝트에 집중됐다.
토큰 자사매입은 프로젝트가 벌어들인 수익으로 시장에서 자체 토큰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매입한 토큰을 소각하면 유통량이 줄고, 금고에 보관하면 향후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남는다.
매입은 시장에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고 소각은 공급을 줄여 토큰 보유자와 프로토콜의 경제적 연결을 강화하는 효과를 노린다. 다만 실제 효과는 매입 재원과 프로토콜의 수익 구조, 이용자 기반에 따라 달라진다.
오레스트 가브릴리악(Orest Gavryliak) 1인치 최고법무책임자는 “수익으로 뒷받침되는 자사매입과 소각은 유통 중인 토큰 공급을 줄이거나 프로토콜 수익에 투자하는 논리를 보여주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거버넌스 권한이나 수수료 구조를 설명하는 것보다 토큰을 사들여 소각했다는 사실이 이용자에게 더 직관적으로 전달된다는 의미다.
프로젝트별 방식은 다르다. 하이퍼리퀴드는 수익의 99%를 하이퍼리퀴드(HYPE) 매입과 소각에 사용하고 있다. 펌프펀은 수익의 50%를 펌프펀(PUMP) 매입과 소각에 배정했다.
펌프펀은 지금까지 4억4665만달러(약 6007억원) 상당의 PUMP를 유통량에서 제거했다. 매입과 소각을 함께 진행해 토큰 공급을 줄이는 구조다.
스파크는 토큰을 소각하지 않고 금고에 보관하는 방식을 택했다. 샘 맥퍼슨(Sam MacPherson) 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프로토콜 잉여금으로 스파크(SPK) 1억4300만개 이상을 매입했지만, 생태계의 장기 참여자에게 보상하기 위해 토큰을 금고에 남겨뒀다고 밝혔다.
맥퍼슨은 “다음 1달러의 잉여금을 어디에 쓰는 것이 가장 큰 가치를 만드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토콜 확장과 개발자 고용, 재무구조 개선에 투자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자사매입보다 재투자가 우선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사매입이 토큰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보장도 없다. 펌프펀은 2025년 7월부터 PUMP를 매입·소각했지만, 토큰 가격은 2025년 9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보다 약 50%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유니스왑(UNI)도 2025년 11월 ‘UNIfication’ 제안 이후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되돌렸다. 개별 가격 움직임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자사매입만으로 결과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맥스 섀넌(Max Shannon) 비트와이즈 유럽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자사매입이 토큰 성공과 플랫폼 채택을 연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는 가격을 밀어 올리는 매입 계획과 실제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잉여금의 사용처가 핵심 쟁점이다. 자사 토큰을 사들이면 보유자에게 프로토콜 수익이 연결된다는 신호를 줄 수 있지만, 같은 자금을 개발과 확장에 투입할 기회는 줄어든다.
토큰 자사매입이 주식 자사매입과 비슷해질수록 규제 문제도 커질 수 있다. 가브릴리악은 토큰 가치가 네트워크 기능에서 나오면 상품에 가까워질 수 있지만, 팀의 노력과 보유자에 대한 보상에서 가치가 비롯되면 증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매입은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주주의 권리가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매입이 이어진다는 사실만으로 토큰 보유자가 주식과 같은 권리를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핵심은 자사매입 자체가 아니라 토큰을 뒷받침하는 수익과 이용자, 경제 구조다. 자사매입이 중단된 뒤에도 토큰을 보유할 이유가 남는지 여부가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