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동남아 가상자산 보증 플랫폼 주소에 34억 USDT 이상이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금액에는 보증금과 월 이용료 등이 포함돼 전체 범죄 수익이나 실제 세탁액으로 볼 수는 없다.
비트레이스는 오데일리와 공동 분석한 자료에서 동남아 사기 조직이 인력 모집, 개인정보 탈취, 가짜 투자앱 제작, 전화 중계, 피해자 유인, 장기 대화형 사기, 장외거래(OTC) 환전으로 이어지는 분업 구조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오데일리는 34억 USDT 가운데 90% 이상이 신비(新币) 보증과 관련됐다고 전했다.
조직은 하나의 고정된 회사 형태보다 기능별 사업자가 연결된 네트워크에 가깝다. 인력 모집업자와 개인정보 판매자, 앱 개발자, 전화번호 중계자, 사기 대화 담당자, OTC 사업자, 보증 플랫폼이 역할을 나눠 맡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특정 플랫폼이나 지갑이 폐쇄돼도 자금 흐름과 업무를 다른 사업자나 주소로 옮길 수 있다. 단속 대상이 개별 조직에 그칠 경우 전체 생태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텔레그램에서는 사기 조직에 투입할 인력을 모집하는 그룹과 개인정보 조회 서비스가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원문에는 한 인력 모집 그룹에 약 5000명이 참여했고, 인력 가격이 수천 USDT에서 1만 USDT 이상으로 제시됐다고 적혔다.
개인정보 조회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3000명 이상이 참여한 그룹에서 호적·혼인·의료·자산·차량 정보 등이 수십~수백 USDT에 거래됐다는 내용도 나왔다. 회원 수와 실제 거래 규모는 별도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다.
가짜 거래소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 제작도 외주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OKX와 유사한 화면에 다국어 기능과 선물·옵션·외환·주식·NFT 거래 기능을 붙이는 개발 서비스가 소개됐지만, 특정 업체의 실제 배포 건수나 피해 규모는 제시되지 않았다.
자금 이동에는 법정화폐를 테더(USDT)로 바꾸는 방식이 활용됐다. 1차 조직이 피해자 송금금이나 도박 자금을 은행 계좌로 받은 뒤 USDT를 매입하고, 이를 2차 조직인 익명 OTC 사업자에게 넘기는 구조다.
이후 자금은 여러 지갑과 보증 플랫폼을 거치며 추적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블록체인 거래 기록은 공개되고, 발행사·거래소·수사기관의 협조로 동결이 이뤄질 수 있어 USDT 자체를 추적 불가능한 자산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비트레이스는 별도 보고서에서 2025년 불법 거래 보증 플랫폼의 예치 주소에 109억 USDT가 유입됐다고 집계했다. 2026년 상반기 34억 USDT와는 집계 기간과 주소 범위가 달라 증가율이나 시장 확대 폭을 계산할 수 없다.
비트레이스는 2025년 동남아·동아시아의 불법 거래 보증 플랫폼과 인신매매·사기 조직, 카지노 등이 받은 고위험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트론(TRX) 네트워크의 USDT였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는 블랙·그레이마켓 관련 고위험 주소 유입액을 1869억달러(약 250조7000억원), 이 가운데 트론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금액을 1867억달러(약 250조4000억원)로 집계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동남아 조직범죄가 사기센터, 온라인 도박, 카지노, 지하금융, 인신매매를 결합한 생태계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사이버 사기 조직의 연간 수익은 274억~365억달러(약 36조8000억~48조9000억원)로 추정됐지만 노동력과 1인당 수익 추정치에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미국 법무부는 2026년 4월 동남아 사기센터 관련 작전에서 가짜 투자 웹사이트 503개를 압수하고 암호화폐 7억196만2392.15달러(약 9414억원)를 자금세탁 연관 자산으로 파악해 동결·압류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2026년 3월 기준 수사당국은 피해자 8935명에게 사기 사실을 알리고 5억6272만6245달러(약 7544억원)의 추가 피해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법무부는 2026년 1월 동남아시아 암호화폐 실무그룹을 열고 트론과 이더리움 추적, OTC 브로커, 암호화폐 동결 절차를 교육했다고 밝혔다. 민간 분석업체의 온체인 추적과 수사기관의 자산 동결이 함께 진행되는 흐름이다.
테더는 트론·TRM랩스와 운영하는 T3 금융범죄대응부가 2025년 10월 기준 범죄 관련 자산 3억달러 이상(약 4023억원)을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OTC 경로와 다수의 지갑을 거친 자금도 발행사와 수사기관의 협조에 따라 동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남아 지역의 가상자산 자금세탁 조직 적발 사례처럼 가상자산 범죄는 투자사기와 개인정보 탈취, 온라인 사기 작업장 문제와 함께 다뤄지고 있다. 다만 이번 34억 USDT가 실제 범죄 수익인지, 보증 플랫폼의 전체 거래액인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산출 근거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FATF는 스테이블코인과 비수탁 지갑을 이용한 개인 간 거래의 자금세탁 위험을 지적하며 발행사와 가상자산사업자, 금융기관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분석은 USDT 자체보다 높은 유동성과 국경 간 전송 편의성을 가진 스테이블코인이 불법 산업의 결제 인프라로 편입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