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을 팔지 않고 현금을 빌리는 방식은 BTC를 래핑 토큰으로 바꾼 뒤 탈중앙화금융(DeFi) 대출의 담보로 맡기는 구조다. BTC 가격에 대한 노출은 유지되지만, 수탁기관과 상환 절차, 대출 프로토콜의 위험까지 함께 부담해야 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에서 자산과 소유권을 기록한다. CryptoSlate는 9일 이더리움 기반 대출 애플리케이션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BTC를 직접 담보로 받기 어려운 이유로 이 같은 구조적 차이를 들었다.
래핑 토큰은 이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이용자가 BTC를 지정된 수탁기관이나 서비스에 예치하면 그에 상응하는 토큰이 발행되고, 이용자는 이를 대출 프로토콜에 담보로 맡겨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등을 빌릴 수 있다.
대출을 갚고 래핑 토큰을 반환하면 토큰은 소각된다. 이후 발행 구조와 절차에 따라 수탁기관에 보관된 BTC를 돌려받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WBTC, 코인베이스 래핑 비트코인(cbBTC), 서클 래핑 비트코인(cirBTC)이 있다. WBTC 공식 문서는 BTC를 수탁기관에 예치한 뒤 승인된 가맹점과 수탁기관의 절차를 거쳐 WBTC를 발행하고, 상환 과정에서 토큰을 소각한다고 설명한다.
cbBTC는 코인베이스가 보관하는 BTC를 기반으로 1대1 발행된다. 코인베이스는 cbBTC 지원 네트워크로 베이스(Base), 이더리움, 솔라나(SOL), 아비트럼(ARB)을 안내하고 있으며, 지원되는 코인베이스 계정에 cbBTC를 입금하면 네이티브 BTC 잔액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다만 cbBTC를 전송할 때 네트워크를 잘못 선택하면 자산을 잃을 수 있다. 이용자는 수신 지갑과 네트워크가 해당 자산을 지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서클은 9월 4일 기관 투자자와 장외거래 데스크, DeFi 프로토콜을 겨냥한 cirBTC를 공개했다. cirBTC는 이더리움에서 출시됐으며 BTC로 1대1 담보된다. 서클은 준비금 주소를 공개하고 체인링크(LINK)를 통해 준비금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서클이 공개한 cirBTC 준비금 현황은 9월 8일 오전 8시 기준이다. 앞서 서클은 cirBTC를 적격 기업 고객용 상품으로 제시하고 발행·상환 구조를 공개했다.
래핑 토큰의 가격이 BTC와 비슷하게 유지되는 핵심 장치는 상환 가능성이다. 토큰 가격이 실제 BTC 가치보다 낮아지면 시장 참여자가 할인된 토큰을 매입한 뒤 BTC로 상환해 가격 차이를 좁힐 수 있다.
그러나 상환 자격과 처리 지연, 지역 제한, 수탁기관의 운영 상태에 따라 가격 차이가 오래 유지될 수 있다. 토큰이 BTC와 1대1 대응을 표방하더라도 실제 이용자가 언제 어떤 절차로 BTC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발행 구조에 달려 있다.
대출 이후에는 BTC 가격 하락 위험도 남는다. 에이브(AAVE)는 담보 가치가 떨어져 건강계수(Health Factor)가 청산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담보가 청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청산 과정에서는 다른 참여자가 차입자의 부채 일부를 갚고 담보를 넘겨받는다.
차입자는 BTC 가격 변동뿐 아니라 이자 부담, 수탁기관의 상환 능력, 래핑 토큰의 유동성, 대출 프로토콜의 스마트계약과 가격 오라클에도 의존하게 된다. 담보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거나 시장 유동성이 부족하면 청산 과정에서 원하는 가격에 담보를 처분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BTC를 팔지 않고 현금을 마련한다’는 표현은 일부만 맞다. BTC 가격에 대한 노출을 유지하는 대신, 이용자는 비트코인을 다른 블록체인의 금융시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수탁·상환·유동성·청산 위험을 함께 떠안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