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히스패닉 소비자 지출 급감… 월마트·타겟 '긴장'

미국 내 히스패닉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유통 및 소비재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며 연간 3,400조 원 이상의 구매력을 가진 이들이 기존과는 다른 소비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025년 들어 주요 유통업체들은 히스패닉 고객의 오프라인 쇼핑 비중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Kantar)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히스패닉 소비자의 오프라인 방문율은 비히스패닉 대비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슈퍼마켓에서의 하락폭은 11%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어 달러스토어, 드러그스토어, 대형 할인매장 등 주요 채널에서도 이탈이 관찰됐다. 월마트(WMT), 타겟(TGT), 홈디포(HD), 달러트리(DLTR) 등 대형 브랜드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눈에 띄는 점은 이러한 변화가 소비 여력이 떨어진 결과는 아니라는 점이다. 칸타에 따르면 히스패닉 소비자들은 전체 미국 인구보다 더 많은 저축률과 가처분소득을 보유하고 ‘생필품 가격’에 대한 우려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실질 구매 빈도는 의류, 헤어케어, 세정용품 등 비식품 항목에서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간편식, 음료, 유제품, 생활용품 전반으로 감소 폭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하락세의 배경으로 사회·정치적인 요인을 지목한다. 특히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급습 가능성 등 이민 단속 강화 분위기가 공공장소 방문을 꺼리게 만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마트 등 일부 대형 체인점은 이 같은 구조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자사 데이터를 통해 직접 소비자 인식 조사를 준비 중이며, 콘스텔레이션 브랜즈(STZ)는 히스패닉 소비자 행동을 주요 연구 주제로 삼아 별도 리포트를 의뢰했다. 실제로 자사 맥주 제품들이 활발히 판매되던 캘리포니아 매장들이 최근 ‘썰렁해졌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한편 히스패닉 커뮤니티 내에서는 소비를 통한 가치를 표현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DEI)에 대한 기업의 입장에 따라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색깔 있는 기업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점점 더 많은 히스패닉 소비자들이 ‘가치 중심 소비’를 선택하면서, 이들이 특정 브랜드를 외면하거나 지지하는 현상이 매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2조 4,000억 달러(약 3,456조 원)에 이르는 히스패닉 소비력이 정치적, 사회적 변수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 유통업계와 제조사들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긴밀한 협력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기업들의 분석 리포트와 컨퍼런스콜에서는 히스패닉 소비자 현황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으며, 일부 애널리스트는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 ‘매크로 불확실성과 일부 지역의 단속 강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소비자 행동 트렌드로 드러난 이번 변화는 단순한 경기 부진이 아닌, 구조적 시장 대응을 요구하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