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심리, 3개월래 최고치… 유럽으로 자금 쏠린다

글로벌 투자 심리가 올해 6월 들어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발표한 최신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신뢰도가 최근 3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르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BofA의 투자심리지수는 3.3을 기록하며 지난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수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해방의 날’ 고율 관세 이전 시점과 유사한 수준이다. 조사는 6월 6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됐으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일부 완화된 직후, 그러나 최근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기 전 시점이다.

펀드매니저들은 현금 보유 비중을 지난 3개월 중 최저 수준으로 낮춘 동시에, 신흥국 주식, 에너지 및 금융주에 대한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미국 주식 비중도 소폭 늘렸으나, 여전히 순전반매도(언더웨이트)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어 조심스러운 태도가 엿보인다. 반면 유럽 주식에 대한 선호도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독일 등 주요 국가의 재정 정책 전환과 미국산 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유럽으로 돌리고 있다.

향후 5년간 최고의 성과를 낼 자산으로는 54%의 응답자가 해외 주식을 선택했으며, 미국 주식을 지목한 비중은 23%에 그쳤다. 이는 지난 10년간 미국 시장 주도 흐름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낙관적 시각도 강화됐다. 응답자의 순 36%는 향후 1년 내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응답도 66%로 상승했다. 이는 4월(37%)과 5월(61%) 대비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수치다.

회사의 재무 상태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늘고 있다. 2015년 말 이후 처음으로, 부채 의존도가 낮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익잉여금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형태로 주주에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2013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요인도 상존한다. 응답자 중 순 46%는 경제가 내년 중 더 약화될 것으로 보며, 무려 75%는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병존하는 상태—에 직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뢰는 급격히 위축됐다.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비중은 2005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달러 인덱스(DXY)는 연초 이후 9% 이상 하락하면서 지난 20여 년간 최악의 상반기 성과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러한 약세는 최근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트렌드와도 무관치 않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글로벌 금융 질서—특히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기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BofA 조사 결과는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략이 흔들리는 가운데, 장기적인 자산배분 전략에도 미묘한 균열이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