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75% 수준으로 인상하면서, 30년에 가까운 저금리·양적완화 정책 기조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으로부터 본격적인 이탈을 뜻한다.
일본은행은 2025년 12월 19일 금통위 회의에서 기존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0.75%로 조정했다. 이는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일본 금융정책의 기조 변화가 분명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리 인상의 주요한 배경에는 엔화 저평가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즉 외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대응이 포함돼 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금리 상승을 넘어 일본은행이 상징적으로 펼쳐온 대규모 재정지출과 양적완화 정책, 즉 ‘아베노믹스’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조치로 분석된다. 아베노믹스는 2012년 이후 장기간 지속된 일본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장기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엔화 약세 유지와 금리 억제 등을 주된 수단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수입물가 급등, 실질임금 정체, 가계 부담 확대가 누적되면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내년 일본 국내에서 임금상승이 일정 부분 이어질 것이란 전망, 그리고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일본 경기 회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면서, 향후 급격한 금리 변화 이전에 사전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 등 일본 주요 언론은 이번 결정이 단지 수요 억제를 위한 브레이크라기보다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한 속도 조절 의미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다만,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가져올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금리 차이를 이용해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흔들릴 가능성, 주택담보대출 부담 증가로 인한 가계 소비 위축 우려가 대표적이다. 특히 젊은 층과 대출자들 사이에 금리 압박으로 인한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전반적인 경기 회복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는 호소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장 환율이나 증시 등 금융시장의 직접 반응은 제한적이었지만, 향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발언이나 추가 금리 인상 전망 여부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일본은행은 앞으로도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며 ‘정상화된 금융환경’으로의 복귀를 노릴 예정이지만, 경기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내각과의 정책 시각 차이로 인해 통화정책 전환의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가계의 체감 경기와 시장의 수용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 역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상의 속도와 범위를 두고 일본은행은 물론 정치권과의 조율이 향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