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통화정책 기조를 보다 강하게 가져가는 가운데,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비(非)은행 금융기관에도 조건부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분명히 했다. 이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와 함께, 비은행 부문의 시스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중국인민은행은 1월 5일부터 6일까지 올해의 주요 업무 방향을 정하는 회의를 열고, 중소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조기에 식별하고 시정하겠다는 원칙 아래, 필요 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별도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지난해 10월 판궁성 인민은행장이 처음 제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내용으로, 본격적인 실행을 위한 제도 설계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다.
현재 중국 내 비은행 금융기관에는 증권사와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금융 중개기관들이 포함된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주로 상업은행을 대상으로 해왔으나, 최근에는 금융 시스템의 다변화와 함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비은행 부문에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기 상황에서도 금융시장 전체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건부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이미 2024년 10월부터 비은행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시범적 유동성 지원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증권·펀드·보험회사 스와프 퍼실리티’(SFISF) 제도로, 이는 CSI300 지수에 편입된 우량 주식이나 유가증권을 담보로 국채나 어음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단기 자금난을 겪는 비은행 기관에도 숨통을 틔워 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조정 등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인민은행은 올해 물가의 점진적 회복과 고품질 경제성장을 위한 유동성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사회 전체의 융자 비용을 낮춰 기업과 가계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개인 대출의 이자율과 관련 비용을 명확히 공개하는 제도도 확대 시행해 보다 투명한 금융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방정부의 고질적인 부채 문제 역시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중국인민은행은 올해에도 지방정부융자법인(LGFV)의 부실채무를 해소하고, 해당 법인의 일부 정리 및 퇴출을 질서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 회복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핵심 조치로 평가된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중국이 구조적 경기 둔화를 극복하고, 금융시스템 내 불균형을 조정해나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향후 실제 유동성 지원 기구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면, 비은행 부문의 위기 대응 능력이 강화되는 한편, 중국 자본시장의 안정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