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금융위원회의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에 대해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행 시기가 앞당겨지고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경우 기업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며 면책 장치와 이행 지원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7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추진방향'이 있다. 이 방안에는 애초 초안보다 공시 대상을 확대하고, 연결 기준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부터 적용 일정을 앞당기는 한편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자율공시 단계를 거치지 않고 법정 공시로 바로 시행하는 수정 논의가 담겼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이 재무 정보뿐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같은 비재무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제도를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장기 위험과 경쟁력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기업으로서는 공급망 전반에서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검증할 체계를 갖춰야 해 준비 부담이 크다. 경제계는 특히 거래소를 통한 자율공시 단계 없이 곧바로 법정 공시로 들어가면, 기업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공시 역량을 축적할 시간조차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경제 6단체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상당 부분이 예측과 추정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공급망 관리 수준처럼 측정과 산정 과정에 불확실성이 남는 항목이 적지 않은데, 이런 정보가 곧바로 법적 책임이 따르는 공시로 연결되면 기업이 소송이나 제재 위험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충분한 면책 보장과 함께 공시 인프라, 세부 가이드라인, 전문인력 양성 등 실무 지원책이 촘촘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제계는 지속가능성 공시가 결국 국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자본시장 선진화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제도의 속도와 방식이 현장 준비 수준보다 앞서가면 제도 취지가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내놓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정부가 투자자 보호와 국제 기준 정합성, 기업의 실제 이행 능력 사이에서 어느 수준의 균형점을 찾느냐에 따라 제도 시행 일정과 보완책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