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분기 들어 이달 중순까지 19.2% 하락하면서 백화점·준내구재·여행 등 일부 선택 소비 증가세도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보유 가계가 늘어난 상황에서 자산 가격 조정이 소비 심리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27일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품목별 신용카드 지출액을 분석한 결과, 주가 하락이 시작된 6월 이후 필수재 지출 대비 백화점·준내구재 등의 소비 증가세가 예년보다 유의미하게 둔화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백화점, 내구재, 준내구재, 여행 등 주식 자산 효과 노출도가 높은 품목에서 주가 조정의 영향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생활필수품보다 선택 소비 성격이 강한 품목에서 먼저 지출 속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조정 폭도 작지 않았다. 코스피는 3분기 들어 이달 중순까지 19.2% 하락해 1995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역대 여섯 번째 큰 낙폭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4분기 낙폭은 41.8%였고, 닷컴버블 때인 2000년 3분기에는 25.3%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낙폭도 22.3%에 달했다.
시장 변동성도 높아졌다.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의 주식 투자 규모가 커진 점도 이번 분석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가계의 주식 순매입액은 약 150조원으로 집계돼 과거 조정기보다 훨씬 컸다.
자산 효과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보유 자산 가격 변화가 소비 판단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보유 자산 가치가 오르면 소비 여력이 커졌다고 느끼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지출을 줄이는 식이다.
다만 전체 소비가 급격히 꺾인 것은 아니었다. 주가 조정이 시작된 뒤에도 소비자심리지수는 과거 평균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고, 전체 카드 사용액 증가세도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그 배경으로 주가 조정이 경기 확장 국면에서 나타난 점, 주가가 여전히 작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 주가 급락 이후 하락과 반등이 거듭된 점 등을 들었다.
소비 심리는 앞선 조사에서도 증시 조정의 영향을 일부 반영했다. 본지는 앞서 국내 증시 조정이 소비자심리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한국은행 관계자의 설명을 전한 바 있다.
증시 흐름 자체에 대해서도 신중론이 이어졌다. 본지는 앞서 코스피 반등만으로 조정 종료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국은행은 "주가가 최고점에 달했던 2분기 중 가계의 주식 순매수가 집중된 데다, 청년, 중저소득층 등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으로 주식 보유 저변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소득 여력이 상대적으로 얇은 계층까지 주식 투자 참여가 늘면서 자산 가격 변화가 소비 판단에 더 직접적으로 닿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증시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경우 시차를 두고 추가적인 소비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진단은 국내 자산시장 조정이 실물 소비로 옮겨가는지를 살피는 지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