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수출이 올해 상반기 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할 만큼 커졌지만,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과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이나다 기요히데(稲田清英)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한국의 반도체 호황이 구조적 문제를 단숨에 풀지는 못한다고 짚었다. 이나다 위원은 “반도체 대호황이 한국의 오랜 구조적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격차를 더 확대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나다 위원은 올해 1~6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며 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수요가 커지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큰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도 함께 거론했다.
쟁점은 수출 호황과 체감 경기의 간극이다. 반도체 수출이 국가 전체 수출 지표를 끌어올려도 그 효과가 고용, 임금, 지역 경제로 같은 속도로 퍼지는지는 별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고부가가치 제조업이지만 생산 구조가 넓은 국내 고용으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다. 설계, 장비, 소재, 패키징, 전력 인프라가 맞물리는 산업인 만큼 어느 단계가 국내에 남아 있느냐에 따라 파급 효과가 달라진다.
이나다 위원은 한국 반도체 제조 장비의 6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이익이 발생해도 설비투자와 고용 창출의 국내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취지다.
칼럼은 반도체 부문으로 인재와 자본이 집중되면 기존 주력 제조업이 약해지는 이른바 ‘네덜란드병’ 가능성도 거론했다. 특정 산업의 호황이 경제 전체의 균형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 나타나는 구조적 위험을 가리킨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서울과 지방 사이의 격차도 핵심 문제로 제시됐다. 소수 대기업에 부가 쏠리는 구조에서는 청년층과 비수도권, 비반도체 업종이 호황을 같은 수준으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앞서 국가 단위 성장전략이 지역별 산업 여건과 맞물려야 한다는 점을 전했다. 당시 정부는 반도체·AI 데이터센터·물리적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재정을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도 반도체 호황을 단기 세수 증가로만 보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본지는 앞서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담겠다는 정부 구상을 전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커진 재정 여력을 별도 기금에 담아 중장기 투자와 세수 변동 대응에 쓰려는 장치다. 정부는 성장동력, 청년, 지역, 교육 분야로 재원을 배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결국 쟁점은 반도체 수출의 크기가 아니라 그 효과가 어디까지 퍼지는지다. 수출 지표는 호황을 가리키지만 산업, 지역, 고용 구조의 격차가 줄었는지는 별도의 지표로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