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긴장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원유와 정제유 공급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는 유가, 운송비, 물가, 장기금리, 위험자산 심리를 잇는 경로가 다시 확인 지점으로 떠올랐다.
블룸버그 마켓츠(Bloomberg Markets)는 이란과 우크라이나 충돌이 원유, 디젤, 휘발유,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조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관련 긴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정제시설 공격과 정제유 부족 문제로 이어지는 구조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LNG가 지나는 핵심 해상 통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하루 2090만 배럴의 원유·석유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같은 기간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은 하루 7980만 배럴이었다.
해협 통항 차질은 원유 가격에 곧바로 반영될 수 있다. 원유 운송이 늦어지면 해운 보험료와 운송비가 함께 오르고, 이는 정유사와 수입국의 조달 비용으로 번진다. LNG 운송까지 영향을 받으면 전력·산업용 연료 비용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과 디젤 공급 차질이 유가, 운송비, 장기금리, 위험자산 선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에도 핵심은 물가 지표 하나보다 에너지 가격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경로였다.
정제유 시장의 부담도 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8월 석유시장보고서에서 7월 세계 석유 공급이 하루 1억150만 배럴로 전월보다 늘었지만, 전년 동기보다는 하루 630만 배럴 낮았다고 밝혔다.
IEA는 같은 보고서에서 2026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16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8월 12일 기준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 지속과 높은 연료 가격이 석유 소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 처리량도 압박을 받았다. IEA는 7월 정유 처리량이 하루 8090만 배럴로 전년보다 약 500만 배럴 낮았고, 중동 석유제품 수출 차질과 러시아 정제시설 공격이 3분기 처리량 추정치를 낮췄다고 밝혔다.
디젤, 항공유, 휘발유 크랙 스프레드가 오르면서 대서양 권역 정제 마진도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크랙 스프레드는 원유를 정제해 만든 제품 가격과 원유 가격의 차이다. 정제유 수급이 빠듯할수록 같은 원유 가격에서도 디젤과 휘발유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러시아 정제시설 공격은 원유 공급보다 정제유 공급에 더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원유가 있어도 정제 설비가 멈추면 디젤, 항공유, 휘발유 같은 최종 제품 공급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원유 가격이 안정돼도 정제유 가격은 별도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대목은 에너지 가격이 암호화폐 시장과도 간접적으로 맞물린다는 점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수입 물가와 물류비를 밀어 올리고, 장기금리와 달러 유동성 경로를 거쳐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같은 위험자산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디젤 공급 차질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앞선 보도도 같은 맥락이다. 에너지 충격은 특정 원자재 가격에 머물지 않고 기업 비용과 소비자물가, 금융시장 위험 선호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예측시장 가격을 유가 방향의 확정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크립토브리핑(Crypto Briefing)은 원유가 연말까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을 반영한 예측시장 수치가 12월 31일 기준 10.5%였다고 전했다. 이는 거래 참여자의 확률 평가일 뿐 실제 가격 전망이나 투자 판단 근거는 아니다.
에너지 시장의 부담은 호르무즈 해협과 러시아 정제시설이라는 두 축에서 이어지고 있다. 확인 지점은 해협 통항 회복 여부, 러시아 정제시설 피해 확대 여부, 정제유 크랙 스프레드의 지속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