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와르 가르가시(Anwar Gargash)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외교고문은 7일 아부다비 힐리 포럼에서 "에너지 수출과 교역이 전쟁에 인질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경로"라며 동부 해안 항만과 파이프라인, 철도, 도로를 묶은 대체 수출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번 발언은 새로운 정책 발표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인프라 재편을 재확인한 성격이 강하다. 가르가시는 이란과의 관계가 앞으로 복원될 수는 있어도 신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도 말했다.
UAE 외교부는 8월 19일 이란과의 모든 상업·금융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란발 군사적 긴장 고조와 미사일 위협이 배경으로 제시됐다.
인프라 재편은 이보다 앞서 시작됐다. UAE는 6월 17일 두바, 푸자이라, 콜파칸 등 동부 항만을 확장해 호르무즈 의존도를 '제로'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국영 석유회사 ADNOC은 5월 20일 신규 웨스트-이스트 파이프라인 공사가 50% 완공됐으며 2027년까지 푸자이라 수출 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물류 투자도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디피월드(DP World)는 7월 22일 푸자이라 항만청과 50년 양허 계약을 맺고 동부 해안에 알 루가이랏과 디바 터미널을 새로 짓기로 했다.
AD포츠그룹(AD Ports Group)은 8월 14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푸자이라와 콜파칸을 경유하는 해상·육상 우회로에 트럭 400대를 추가 투입하고 철도 운행을 늘렸다고 밝혔다. 계획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으로 넘어갔다는 신호로 읽힌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꼽힌다. 카타르와 UAE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도 대부분 이 해협을 지나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수입국에는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가 곧바로 이어지는 병목으로 작동해왔다.
다만 호르무즈는 여전히 세계 원유 물동량의 핵심 병목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하루 2090만 배럴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 세계 해상 원유 무역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집계에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회 파이프라인을 모두 합쳐도 대체 능력은 하루 약 470만 배럴에 그친다고 봤다. EIA는 UAE가 2027년까지 하루 150만 배럴 규모의 추가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라고도 적었다.
푸자이라 수출 능력 전망치는 자료마다 다르다. 아르거스미디어(Argus Media)는 2027년까지 하루 최대 400만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봤고, 더내셔널(The National)은 ADNOC의 신규 파이프라인 기준으로 하루 360만 배럴 수준을 제시했다.
업계 평가는 엇갈린다. 더내셔널은 9월 2일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새 파이프라인이 물류 유연성은 높이지만 호르무즈의 전략적 중요성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고 짚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와 컨테이너 운송은 우회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S&P Global Ratings)은 9월 4일 UAE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추가 수출 경로와 2027년 이후 생산 증가 가능성이 거시 안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안 위험과 수출 병목은 여전히 주요 리스크로 남겨뒀다.
시장은 이 지역 긴장에 즉각 반응했다. 로이터(Reuters)는 미국과 이란의 선박 공격이 재개되면서 7일 브렌트유가 배럴당 97달러 안팎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번 재편에서 이득과 부담은 갈린다. UAE는 협상력과 물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항만·파이프라인·철도망 자체가 새로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이란 거래 중단으로 상업적 관계는 위축됐지만, 우회망 투자에 뛰어든 디피월드·AD포츠그룹 같은 물류 기업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었다.
수출 능력 확대 목표는 아직 완공 전 계획이다. 실제 준공 일정은 공사 진행 상황과 안보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