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산업의 확대 전망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전력 수요와 빅테크의 투자 계획은 커졌지만 높은 초기 비용과 긴 인허가 절차가 프로젝트 실행을 가로막고 있다.
제로헤지는 월가가 원전 확대 논리를 대체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인내심은 줄고 있다고 전했다. 정책 지원과 대형 전력 수요처가 동시에 등장했는데도 실제 공사에 들어간 사업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제프리스(Jefferies)는 9월 보고서에서 세계 원전 설비용량이 2025년 약 401GW에서 2100년 1903GW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약 4.8배 증가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태양광 설비는 약 22배, 풍력은 12배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제프리스는 원전이 재생에너지를 대체하기보다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여러 저탄소 전원 가운데 하나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전만으로 전력 수요 증가를 충당하는 구도가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과 함께 발전원을 늘리는 시나리오다. 제프리스 보고서 요약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원전은 막대한 선투자금이 필요하고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수년이 걸려 금리와 금융비용 변화에 사업성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부 지원이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표준화된 설계와 반복 발주가 공사 지연과 비용 초과 위험을 낮추는 조건으로 거론된다.
이런 실행 구조는 중국과 서방의 차이를 가르는 대목으로 제시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중국 원전 업계 관계자들이 빠른 건설의 조건으로 표준화·전문화·중앙집중화를 제시했다고 정리했다. 설계와 시공, 인력 운영을 반복 가능한 체계로 묶어야 한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이 신규 원전 건설을 주도하고 있으며 15개 원전이 개발 단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중국에서 작동한 건설 체계가 다른 국가에서도 같은 속도로 재현될지는 별도 문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자료
연료 공급망도 병목으로 지목됐다. 우라늄 농축업체 우렌코(Urenco)는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계약 수주잔고가 213억유로(약 32조원)로 2040년대까지 이어진다고 밝혔다. 2021년 수주잔고 87억유로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규모다.
수주잔고 증가는 원전 연료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농축능력을 확보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의 민간 원전과 국방 수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비할당 농축능력은 부족한 상태로 평가됐다. 우렌코 연차보고서
빅테크의 참여는 원전 개발에 자금과 수요를 보태는 요소다. 아마존($AMZN)은 X-에너지가 조성한 약 5억달러(약 6825억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으며, 2039년까지 미국에서 5GW 이상의 신규 원전 설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계획이 실제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전력망 연결과 설계 완료, 공사 위험 배분, 규제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발전 설비 건설 사이에도 시간 차가 있다. 미국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인프라 병목이 커지는 가운데, 원전 계획이 곧바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발전소 건설과 전력망 접속이 각각 별도 단계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제 진전 사례도 있지만 아직 착공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섐페인 캠퍼스의 KRONOS 초소형 원자로 건설허가 신청을 심사하고 있다. NRC 자료에는 2027년 2월 안전성 평가 초안 일정이 제시됐다.
KRONOS는 초소형 원자로 설계와 연료 조달 조건이 함께 검토되는 사례다. 크롤 원문은 9.9% 초기 농축도가 약 19.75%를 요구하는 설계보다 연료 조달을 쉽게 할 수 있다는 분석과 5억8000만달러의 유동성을 함께 소개했지만, 이는 니덤의 분석으로 제시된 내용이다.
건설허가가 나더라도 별도의 운전허가가 필요하다. 이 절차는 원전 프로젝트에서 설비 계획과 실제 상업 운전 사이에 여러 단계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설비용량 전망이나 기업의 투자 계획만으로 착공 시점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원전 확대론은 전력 수요와 정책 지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업 구조, 반복 건설이 가능한 표준화, 농축과 연료 공급망, 인허가 일정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월가의 전망이 실제 산업 성과로 이어질지는 예정된 설비가 얼마나 빠르게 허가와 착공 단계로 넘어가는지에 달렸다.

김미래 기자
댓글0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