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 베테랑이자 ‘시스템 쇼크’와 ‘데우스 엑스’ 등으로 잘 알려진 워런 스펙터가 자신의 양극성 장애를 공개하며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섰다. 그는 최근 자신의 링크드인 포스트를 통해 ‘양극성 장애 2형(Bipolar II)’ 진단을 받았다고 밝히며, 업계 내 심리적 고통을 겪는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펙터는 오랜 시간 자신의 상태를 부정하며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여러 정신건강 전문가와 가족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린 진단에 결국 마음을 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은 게임이나 게임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직접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라는 사람의 일부로서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극성을 가진 삶은 저주이자 축복이기도 했다”며, 그동안 겪은 심리적 기복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성공이 이 특성 덕분이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고백은 예상 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많은 이들이 자신 역시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공유했고, 스펙터는 다수의 개인 메시지를 통해 ‘함께 겪는 문제’라는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는 2025년 5월 열리는 '게임스비트 서밋(GamesBeat Summit)'에서 정신 건강 문제에 관한 연설을 준비 중이다. 해당 세션은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정신 건강 비영리단체 '테이크 디스(Take This)'의 임상 심리전문가 켈리 던랩이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가 신체 건강을 챙기듯 정신 건강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산업 전반의 인식 변화와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처럼 혼란한 시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하다. 이제는 침묵이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스펙터가 고백한 양극성 장애의 영향은 그의 일상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에너지가 넘쳐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 분노, 초조함이 뒤따르며 일상과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반대로, 우울한 시기에는 일상생활조차 힘든 상태에 빠지곤 한다. 그는 이런 내면의 싸움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그 속에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스펙터는 자신의 증상이 불규칙하게 나타나며, 특정 날짜나 계절보다는 외부 자극이나 감정의 변화로 트리거된다고 밝혔다. 컨퍼런스 참가, 업무 회의, 혹은 일상의 작은 사건들조차 상태를 급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랜 기간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해왔으며, 현재는 기분 안정제를 포함한 몇 가지 약물을 복용 중이다. 약물은 창의력에 일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전반적 정서 안정에는 효과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동시에 그는 일부 약으로 인해 손떨림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어, 여전히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고백은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게임 산업 내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메시지다. 스펙터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료들이 죄책감이나 두려움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정신 건강에 대한 사내 인식 개선과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만약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약한 것이 아니라 강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엔 여전히 너무 많은 괴로움이 있고, 우리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워런 스펙터의 고백은 게임 개발자뿐 아니라 모든 창작자와 산업 종사자들에게 중요한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