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가 기대를 모았던 신작 ‘붉은사막’의 출시 일정을 또다시 미뤘다. 당초 계획이었던 2025년 4분기 출시는 2026년 1분기로 연기됐으며, 회사 측은 개발 진행 상황과 사업 환경 조정을 이유로 들고 있다.
펄어비스의 허진영 최고경영자(CEO)는 8월 13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보이스 작업, 콘솔 인증 절차, 그리고 파트너사와의 협업 스케줄 조정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시가 늦어진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널리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내년 1분기 내로 출시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구체적 공개 시점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출시 연기의 여파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올해 2분기 실적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연결 기준으로 11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8억 원)보다 적자 폭이 두 배가량 확대된 것이다. 순손실은 227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매출은 796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매출 구성도 관심을 끈다. 대표 게임인 ‘검은사막’이 전체 매출의 69%에 가까운 549억 원을 차지한 가운데, ‘이브’ 시리즈는 24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유럽 시장이 전체 매출의 64%를 차지했으며, 국내와 아시아 시장은 각각 18%에 그쳤다. 플랫폼 비중에서는 PC 매출이 전체의 85%로 지난 분기 대비 10%포인트 상승했지만, 모바일 비중은 12%로 줄었다.
비용 측면에서는 인건비와 마케팅 지출이 크게 늘었다. 영업비용은 총 913억 원으로 전년보다 4.3% 증가했으며, 광고선전비만 해도 ‘붉은사막’ 홍보 비용 증가로 전년 대비 43.9% 늘어난 105억 원에 달했다. 이 밖에도 인건비는 472억 원으로 전체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지급수수료는 181억 원을 기록했다.
한편 펄어비스는 하반기에도 주요 글로벌 게임 행사인 게임스컴, 팍스 웨스트, 도쿄게임쇼 등에 참가해 신작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복되는 출시 연기에 따른 신뢰 저하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내년 1분기라는 발표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은 펄어비스가 신작 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자사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다양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려는 전략이 현실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일정 관리와 제품 완성도 모두에서 보다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