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으로만 알려진 블록체인은 사실 사회의 신뢰 구조를 바꾸는 기술입니다. 토큰포스트 북클럽은 《비트코인만 알고 블록체인은 모르는 당신에게》를 바탕으로, 블록체인의 철학과 현실 적용을 살펴보는 3편의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주]
블록체인이 가져온 변화는 단지 기술적 혁신에 그치지 않는다. 이 기술은 신뢰와 권력, 조직과 사회를 운영하는 방식 그 자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중앙 없는 신뢰, 코드로 이뤄지는 계약, 익명성과 투명성의 동시 구현. 블록체인의 이러한 속성은 기존 법제도와 충돌하거나, 전혀 새로운 규범을 요구한다. 《비트코인만 알고 블록체인은 모르는 당신에게》의 두 번째 흐름은 바로 여기에 주목한다.
“블록체인을 받아들이는 순간, 기존 사회는 규칙을 새로 써야 한다.”
블록체인이 설계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거버넌스(governance), 즉 ‘통치 체계’는 더 이상 정부와 법률만의 몫이 아니다. 블록체인은 참여자들이 직접 운영 방식을 결정하는 온체인 거버넌스(On-chain Governance)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는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즉 탈중앙화 자율 조직이다.
코인 보유자들이 투표로 의사결정을 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그 결정을 자동 실행한다.
이러한 구조는 과거 어느 정치 체계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던 실험이다.
“이제 조직은 사람 대신 코드로 운영될 수 있고, 명령은 회의실이 아닌 알고리즘 안에서 처리된다.”
그러나 이 거버넌스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는 이상을 갖는 동시에, 참여자의 책임과 권한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다는 비판도 함께 존재한다.
법률은 이 새로운 신뢰 구조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법과 시스템이 직접 충돌하는 지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기존 사회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자’를 기반으로 계약과 자산 관리, 법적 분쟁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그 자체로 신뢰를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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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계약은 중재자 없이도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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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은 중앙의 승인 없이도 발행되고 거래된다.
이는 기존 법 체계에서 다룰 수 없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DAO의 결정은 누구의 책임인가?
스마트 계약 실행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는 어디에 있는가?
토큰 보유자가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에서 ‘법인격’은 누구에게 있는가?
책에서는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블록체인 법제도의 현재는 아직 ‘실험’ 단계이며, 사회적 해석과 제도적 공감대가 축적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규제는 적으로 보아야 할까, 함께 설계할 파트너일까?
현재 블록체인을 둘러싼 규제의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기술을 두려워하며 억제하려는 규제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함께 제도화하려는 규범이다.
미국은 증권법(Securities Act)과 소비자 보호법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자산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은 MiCA(암호자산시장규제)를 통해 일정 수준의 명확한 규칙을 마련했다.
한국은 2023년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를 본격화하며 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의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책은 말한다.
“규제는 기술의 속도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술이 법 바깥에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블록체인은 기술이면서, 사회 실험이다
블록체인은 단지 더 나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
그것은 법 없이도 계약을 만들고, 중앙 없이도 신뢰를 설계하고, 조직 없이도 집단을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다.
이러한 기술을 사회 안으로 들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기술과 제도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감각과 거버넌스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기술을 신뢰하는 사회와 사회를 설계하는 기술.
우리는 그 경계에서 새로운 규칙을 써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마무리 – 블록체인은 법과 충돌하는가, 아니면 법을 확장시키는가
《비트코인만 알고 블록체인은 모르는 당신에게》는 블록체인이 단지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와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사회 기술’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기존 규칙에 블록체인을 맞추려는 접근이 아니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구조 안에서 새로운 제도와 법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할 때다.
📖 다음 편에서는 블록체인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실물 자산의 토큰화(RWA), NFT, 스테이블코인 등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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