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 준수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SaaS 스타트업의 대표였다. 3년간의 노력 끝에 업계 대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사업 전환의 전기를 마련했다. 계약에는 해당 대기업이 일정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보증서(warrant)를 부여하는 조항과 함께, 향후 기업 인수 합병(M&A) 및 자금 조달 시 최소 90일 전에 이를 사전 통보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선매수청구권(ROFR)은 아니었지만 당시로서는 받아들일 만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시간이 흐르면서 스타트업의 성장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첫 번째 교훈은 장기 통보 조항이 예비 인수자의 진입을 막는다는 것이다. 투자 후 5년이 지나며 초기 투자자들이 유동성을 기대했지만, 인수 후보들은 뜻밖의 조항을 보고 뒤로 물러섰다. 우선매수권이 없는 단순한 통보 조항일 뿐이었음에도, 90일이라는 기다림과 협상 불확실성은 잠재 인수자에게 지나치게 위험해 보였다. 특히 통보 시점도 명확하지 않아, 의향서 제출 시점인지, 이사회 승인 시점인지, 단순한 구두 논의 수준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해석의 여지를 남긴 점도 혼란을 더했다.
두 번째 문제는 전략적 파트너 존재 자체가 기업의 외부 성장 전략을 제약하는 것이었다. 파트너와 경쟁할 수 있는 산업 내 다른 대기업들은, 비록 직접적인 경쟁관계는 아니지만, 민감한 정보가 파트너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업 협력을 꺼렸다. 공식적인 제한 조항이 없었음에도, 시장에서 해당 스타트업을 ‘이미 누군가가 손을 잡은 회사’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에는 충분했다.
결정적으로 대니얼은 창업자로서 회사의 미래를 주도할 권한을 사실상 잃고 말았다. 자금 조달이나 M&A 논의, 신규 파트너십 체결 등 모든 주요 결정에 앞서 먼저 파트너의 입장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때 단순한 계약 문구로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기업 경로 전체를 좌우하는 통제장치가 되어버렸다.
이 같은 상황을 예방하려면, 계약 단계에서 미리 파트너와 기대치를 명확히 보호하고, 현실적인 절차와 제한을 설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초기부터 통보 기간을 영업일 기준 2일 이내로 짧게 설정하고, 파트너가 2주 내 대체 제안을 낼 수 있도록 하면 실질적 기회 제공은 가능하면서도 미래 협상이 가로막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경쟁 제한 조항은 업종이나 지역 등 구체적인 조건으로 한정해, 불필요한 오해나 시장 인식을 유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략적 제휴 조항은 단기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장기적 기업 가치 실현을 가로막는 ‘전략적 족쇄’로 전락할 수 있다. 창업자와 투자자는 유연한 성장 여지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법률적, 전략적 설계를 섬세하게 기획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