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H200 GPU에 대한 수요 급증에 대응해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에 생산 확대를 요청했다. 특히 중국 고객들의 주문이 200만 개 이상 몰리면서, 해당 생산 조정은 엔비디아에 대규모 수익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H200 GPU의 개당 출고가는 약 2만 7,000달러(약 3,888만 원)로, 전체 주문량만으로 540억 달러(약 77조 7,6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이 기대된다.
H200은 2022년에 출시된 GPU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하드웨어 구조는 기존과 거의 동일하지만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에서 큰 개선이 이루어졌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용량이 두 배 가량 증가했고, 메모리에서 연산 회로로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40% 가까이 향상됐다. 이로 인해 대형 언어 모델(LLM)과 같은 AI 추론 작업에서 기존 제품 대비 두 배 빠른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H200은 엔비디아가 현재 중국에 판매 중인 최고 사양 GPU인 H20보다도 여섯 배 이상 빠르다. H20는 미국 정부가 최상위 GPU 제품의 대중 수출을 금지한 이후 등장한 제품인데, H200 역시 처음에는 수출 제재 대상에 포함될 뻔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후 입장을 바꿔, 해당 제품의 대중 수출을 허가하는 대신 수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정부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초기에는 이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이었으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 비율은 25%로 상향됐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H200을 중국의 일부 인증된 기업에 한해 판매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기술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엔비디아의 상업적 이해를 일정 부분 보장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현재 약 60만 개의 H200 칩과 10만 개의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 재고를 보유 중이다. GH200은 두 개의 H200 GPU와 72코어 CPU가 결합된 고성능 칩으로, 이들 역시 중국 고객에 공급될 예정이다. 회사는 이들 재고를 이용해 2026년 2월까지 70만 개의 초기 주문을 처리한 뒤, 남은 130만 개는 하반기부터 TSMC의 증산을 통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생산 확대가 실제로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정부가 수출을 승인했더라도, 중국 정부의 수입 허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는 고객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기 생산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주요 테크 기업들이 대량 주문을 주도하고 있으며, H200보다 성능이 강력한 차세대 GPU ‘블랙웰 울트라’가 이미 시장에 출시된 상황 속에서도, H200에 대한 중국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다. 블랙웰 울트라는 H200 대비 10배 이상의 연산 성능을 자랑하며, GPU 2개와 CPU 1개가 결합된 가속기 형태로도 제공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엔비디아는 고성능 AI 칩 부문에서 중국을 대상으로 한 공급 체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반도체 정책과 통상 규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