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2분, 6억 달러’… PUMP ICO가 남긴 것

지난 12일, 탈중앙 밈코인 발행 플랫폼 ‘펌프펀(Pump.fun)’이 실시한 ICO(암호화폐 공개)가 단 12분 만에 약 6억 달러(약 8,300억 원)를 모으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Solana 기반에서 진행된 이번 공모는 CEX(중앙화 거래소)와 DEX(탈중앙화 거래소)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특히 DEX 참여자 수가 더 많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일각에선 다수의 지갑을 활용한 조직적 참여 정황이 포착되며 공정성 논란도 제기됐다.

■ CEX·DEX 동시 진행… 탈중앙 거래소 참여 더 많아

이번 ICO에는 약 1만 개의 지갑 주소가 참여했다. 총 1,250억 개의 PUMP 토큰이 공모가 0.004달러에 배정됐으며, 이는 총 발행량의 15%에 해당한다. Solana 기반 DEX 플랫폼인 Raydium, Jupiter 등과 함께, Backpack 같은 CEX도 동시에 판매 채널로 활용됐다.

블록웍스 리서치에 따르면 DEX를 통해 참여한 주소 수는 약 3,878개로, CEX 참여자 수(2,525개)를 넘어섰다. 이는 그간 토큰 세일의 주 무대였던 중앙화 거래소의 역할이 점차 분산형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olana 네트워크 역시 대규모 트래픽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기술적 신뢰도를 높였다.

■ “수익 나누겠다”는 구조… FDV는 40억 달러

펌프펀의 토크노믹스 설계는 단순한 ‘밈코인 놀이’와는 거리가 있다. 플랫폼은 연간 3억 달러 이상 수익을 내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25%를 토큰 보유자에게 배당하거나, 시장에서 토큰을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ICO 직후 실제 바이백이 실행되며, 수익 기반 토큰 구조의 실효성도 함께 입증됐다.

공모 당시 기준 완전 희석 시가총액(FDV)은 약 40억 달러에 달했다. 실질 수익과 연동된 토큰 모델은 기존의 투기성 위주의 코인들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 지갑 쪼개기 정황… 공정성 시비 남겨

다만, 온체인 분석 결과 일부 참여자가 수백 개 지갑을 생성해 각각 최대 한도인 20만 달러씩 할당받은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이른바 ‘시빌(Sybil) 공격’으로, 분산형 구조를 악용해 참여 지분을 인위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프로젝트 측은 이에 대한 명확한 대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참여자 식별 장치와 KYC 도입 등 향후 유사 프로젝트들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 밈코인 실험 넘어 자본시장 실험으로

이번 ICO는 단순한 밈코인 발행을 넘어, 블록체인 자본시장에서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의 가능성을 타진한 사례로 평가된다. 블록웍스 리서치는 “펌프펀은 탈중앙 구조에서 수익 기반 토큰 생태계를 실험한 전례 없는 프로젝트”라고 분석했다.

한편, Solana 생태계는 이번 흥행의 대표적 수혜자로 꼽힌다. ICO 직후 SOL 가격은 13% 이상 상승하며 170달러 선을 회복했고, Hyperliquid 등 연계 플랫폼도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 시사점과 향후 과제

펌프펀의 사례는 세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첫째, DEX 중심의 대규모 토큰 세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시장의 신뢰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둘째, 수익 배분과 바이백 중심의 토큰 설계가 실질 가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
셋째, 시빌 공격 같은 구조적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참여자 인증 장치의 필요성이다.

펌프펀은 이제 단순한 밈코인 프로젝트를 넘어, 탈중앙화된 디지털 자본시장의 새로운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의 다음 실험장이 어디가 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