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웹3 생태계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높은 암호화폐 도입률과 정부 차원의 규제 정비 움직임, 개발 역량을 갖춘 젊은 인구층이 결합되며 베트남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은 인구 1억 명을 넘어선 국가로 중위연령이 33세 미만에 불과하다.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소비 성향과 높은 인터넷 보급률이 블록체인 기술의 빠른 확산을 가능케 한다. 특히 타이거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암호화폐 채택률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로, 약 2,120만 명이 암호화폐를 보유 또는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연간 거래 규모는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재 베트남 암호화폐 시장은 철저히 개인투자자 중심이다. 사용자 대부분이 바이낸스(Binance), 바이비트(Bybit), MEXC 등의 글로벌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으며, 월거래량은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 거래는 현물과 선물, 마진을 포괄하고 있으며 P2P 거래 역시 매우 활발하다. 월렛 개발, 디파이 프로토콜, 게임파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베트남 팀들이 활약하고 있으며, 펜들(Pendle), 카이버(Kyber), 코인98(Coin98)과 같은 프로젝트들은 이미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웹3 생태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도 정책 전환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암호화폐 자체는 허용했으나 결제 수단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애매한 입장을 유지해왔던 베트남은 최근 샌드박스 프로그램과 라이선스 체계 도입에 나서며 보다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에 착수했다. 2025년부터 본격적인 규제 변화가 이뤄질 경우,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최초의 ‘규제형 암호화폐 허브’로의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소 분야에서는 아직 자국 중심의 플랫폼이 부재하지만, 현지화에 주력한 글로벌 기업들의 활동은 두드러진다. 바이낸스, OKX, 빙엑스(BingX) 등은 베트남어 인터페이스, VND 기반 P2P 채널, 오프라인 마케팅 등으로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는 샌드박스 제도 도입에 맞춰 정식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디파이 영역도 의미 있는 전개를 보이고 있다. 카이버 네트워크는 초기 이더리움 생태계의 유동성 인프라 구축에 기여했으며, 최근 펜들 파이낸스는 수익률 토큰화 모델을 도입해 글로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베트남이 강력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고유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췄음을 입증한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스카이 마비스가 론칭한 자체 레이어1 체인 로닌(Ronin)이 대표 사례다. 로닌은 액시 인피니티의 성장과 함께 수백만 거래를 처리하는 대규모 사이드체인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 외에도 국가 주도 하에 신규 레이어1 프로젝트가 개발 중이다. 베트남 대기업 원마운트 그룹은 2025년 국가 블록체인 체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며 2~5억 달러의 투자를 예고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를 통해 베트남이 외산 솔루션이 아닌 자체 주권형 인프라로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게임파이의 경우, 액시 인피니티의 성공 이후 베트남은 게임파이의 요람으로 불렸지만, 이후에는 질 낮은 프로젝트 난립과 투기적 성향으로 시장이 정체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히어로즈 오브 마비아(Heroes of Mavia)와 같은 고품질 게임과 인프라 중심 프로젝트가 등장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길드 서비스에서 개발자 도구 제공자로 전환한 에인션트8 같은 사례는 시장의 성숙을 보여준다.
동시에 웹3 지갑 부문에서도 강세가 두드러진다. 코인98, 서브월렛, 홀드스테이션 등은 다중체인 지원, 사용자 경험 차별화 등을 통해 글로벌 생태계 경쟁에서 의미 있는 입지를 확보 중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신뢰성과 UX, 생태계 연동성이 지속적인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베트남 웹3 성장의 또 하나의 동력은 바로 커뮤니티다. 텔레그램, 트위터 등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들 커뮤니티는 단순 홍보 타깃이 아니라 실제 시장 그 자체다. 사용자들은 에어드랍 참여, 거래 전략 공유, 프로젝트 검증에 민감하며, 단기 보상뿐 아니라 장기적 신뢰와 가치를 중시한다. 타이거리서치는 베트남 시장을 진입하려는 글로벌 프로젝트에게 “광고보다 신뢰가 중요하며, 현지 채널과 소통, 네이티브 언어 지원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베트남은 지금까지 탈중앙화 기술 수용과 응용의 최전선에서 역량을 입증해왔다. 이제는 규제, 인프라, 커뮤니티가 집결하며 진정한 웹3 허브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2025~2026년은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웹3 지도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할 것인지 결정짓는 주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