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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200억 달러 폭락 속에 드러난 암호화폐 시장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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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 이후 200억 달러 규모의 청산 사태는 고래들의 선행 움직임과 거래소 간 리스크 불균형이 맞물린, 암호화폐 시장 무결성의 붕괴였다.

 검은 바다 위로 떠오른 거대한 고래의 등, 보이지 않는 세력의 움직임처럼 고요하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 토큰포스트 일러스트

검은 바다 위로 떠오른 거대한 고래의 등, 보이지 않는 세력의 움직임처럼 고요하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 토큰포스트 일러스트

암호화폐 시장의 붕괴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다가오지만, 이번만큼 구조적 취약성이 명확히 드러난 적은 드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對中) 100% 관세 발언 이후 단 하루 만에 200억 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된 이번 사태는, 단순한 변동성의 폭발이 아니라 시장 무결성의 균열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최근 시장 분석에 따르면, 이번 청산 폭풍의 이면에는 ‘고래의 조용한 움직임’과 거래소 인프라의 허점이 맞물려 있었다. 청산 규모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컸으며, 특히 소수의 대형 거래소에 집중됐다. Hyperliquid, Bybit, Binance 세 곳이 전체 청산의 80% 가까이를 차지했고, 이들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시장 충격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거래소의 ‘자동 디레버리지(ADL)’ 시스템은 손실을 낸 투자자뿐 아니라 수익을 낸 투자자까지 강제 청산시키며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승자까지 희생시키는 이 메커니즘은 시장 신뢰를 약화시키고, 거래소 리스크 엔진의 설계 자체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 발표 이후 입금 비율 변화가 동서(東西) 시장 간 신뢰 격차를 드러냈다 (2025년 10월 10일 → 10월 11일) / Solidus Labs

자금 흐름의 지리적 차이도 뚜렷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권 시장에서는 폭락 이후에도 자본이 빠르게 재유입됐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인출이 늘고 포지션 축소가 이어졌다. 서구 시장이 위기를 ‘매수 기회’로 본다면, 아시아 시장은 ‘불확실성 회피’로 대응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투자 성향의 차이가 아니라, 신뢰의 균열과 리스크 인식의 분화를 상징한다. 암호화폐 시장의 심리 지형이 이제 명확히 동서로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분석에서는 트럼프 발언 이전부터 대규모 포지션이 이미 형성돼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일정 규모의 자금, 즉 ‘고래(whale)’들이 사전 움직임을 보이며 연쇄 청산의 도화선이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단순한 예측 거래를 넘어, 정보 비대칭이 여전히 시장 변동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 금융시장에서라면 이런 상황은 내부정보 이용 또는 시장조작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암호화폐 시장에는 이를 감시하거나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

트럼프의 관세 발언 수시간 전 이미 한 차례 급락 조짐을 보인 WLF/USDT 차트 / TradingView

폭락 당시의 유동성 왜곡도 심각했다. 거래소 간 비트코인 가격 격차는 최대 10% 이상 벌어졌고, 동일한 자산의 시세가 거래소마다 다르게 형성되었다. 미국의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아시아권의 바이낸스 등 주요 거래소 간 시세가 일시적으로 분리되며 시장 참여자들은 어느 가격이 ‘진짜’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괴리는 ETF 가격 평가나 파생상품 정산에도 혼선을 초래하며, 암호화폐 시장 인프라가 얼마나 파편화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Solidus Labs는 이번 사태를 ‘시장 무결성(integrity)의 위기’로 규정했다. 전통 금융시장은 급변 상황에서 거래를 일시 중단하거나 레버리지를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두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각자 다른 리스크 모델과 청산 규칙을 운영한다. 이를 통합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충격은 특정 거래소나 시장 구간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체계의 부재를 드러냈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분절돼 있었고, 정보 흐름은 여전히 불투명했다. 그 사이를 파고든 것은 거대한 자금력과 초단기 거래를 무기로 한 고래들의 움직임이었다. “고래가 속삭이면 시장이 무너진다(When whales whisper, markets listen)”는 표현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명확하다. 디지털 자산 시장은 전통 금융의 교훈을 받아들이며 제도적 안전장치를 구축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한 번의 블랙스완을 기다릴 것인가. 이번 200억 달러 규모의 폭락은 암호화폐 시장이 기술 혁신의 무대에서 금융 인프라의 시험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시험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알고리즘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오래된 원칙—투명성과 신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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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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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사계절

2025.10.12 15:17:25

좋은기사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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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fGnEM

2025.10.12 15:07:08

탁월한 분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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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2025.10.12 14:49:11

탁월한 분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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